헛짓 전라도 두메산골 늙어 꼬부라진 순창할멈은 효자 아들 먼저 보내고 홀로 사는 하루하루가 서럽고 낙이 없단다 누가 오라 고를 하나 가라 고를 하나 인생이 헛짓이고 사는 게 헛짓이란다 나무토막은 장작 패서 불이라고 지피지 죽어버린 아들은 아무 소용이 없단다 안마당에 심은 완두콩은 뻗칠 대로 뻗어 콩알 잘도 품었는데 툇마루에 누워 올려다보는 시퍼런 하늘 늙어 쭈그러진 가슴 베려고 날을 세워 노려보고 있단다 시집간들 무엇 하나 아들난들 무엇 하나 서방은 병들어 죽고, 아들은 사고로 죽고 혼자 먹는 끼니가 입 안에 돌로 굴러 하늘을 쳐다봐도, 땅을 걸어봐도 바람 없는 먹장이고 햇볕 없는 사막이란다 사는 동안 남은 것이 없어서 남길 것도 가져갈 것도 없단다 2011.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