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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수 人生 ★

십자수 人生 한 땀 한 땀 수를 놓는다 헛손질로 바늘에 찔리고 순간의 착각으로 실수를 남기지만 주어진 공간을 빛으로 채운다 하나씩 그려지는 그림 차가운色 옆에 따뜻한色 어두운色 옆에 밝은色 어우러져 완성되는 풍경이 아름답다 한 걸음 한 걸음 生을 짓는다 헛발에 미끄러지고 알 수 없는 두려움에 떨지만 가시덤불 헤치고 앞으로 나아간다 슬퍼도 살아야 하는 生 길 가에 피는 들꽃의 미소와 밤을 지새우는 풀벌레 소리가 어스름한 길에 등불이 되어주니 돌아보면 한 폭의 그림이 되고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된다 2022.09.17. * 226회 * 시집 표제시 선정

늦은 비가 내리기를

늦은 비가 내리기를 이러다간 말라죽을 것만 같아서 드러내지도 못하고 속을 끓였지 아무리 용을 써 봐도 서 있을 힘도 없어 주저앉고 싶을 때 땅속 깊이 손을 뻗던 어린뿌리도 더 이상 찾아갈 길을 잃었는데 이대로는 포기할 수 없어! 우리가 원하는 것이 아니었어! 탈 듯이 토해내는 한숨이 닿았을까? 마지막 몸부림이 꺼져갈 때 기척도 없이 적셔주는 늦은 비 옳지, 이젠 살았다! 다시 일어설 수 있겠다! 눈물로도 포기하지 못했던 숭고한 이들의 신념을 쫓아 작은 빗방울 속에 깃들어 있는 숨결이 죽지 못하는 목숨을 일으키고 있네 2022.07.21.

우리 가는 길

우리 가는 길 우리 가는 길이 어디까지인지 알 수 없어요 진 땅, 마른 땅 오르막길, 내리막길 예기치 못하게 마주치지만 함께 라는 이름으로 기대어 힘을 내고 있어요 괴로워 울기도 하지만 용기를 잃지 않는 것은 희망을 바라보기 때문이지요 우리 가는 길이 언제까지인지 알 수 없지만 받고 싶은 마음 보다 더 주고 싶은 마음 그런 믿음으로 가고 있어요 묵묵히 다 보면 왜 그래야 하는지 알게 되겠지요 2022.07.16. * 화운의 시집 제4집 표제시로 설정

두 뼘씩만 자라자

두 뼘씩만 자라자 시골집 마당에 같이 살 나무 심었더니 그들도 우리 같은 삶을 살더라 어릴 때는 손가락만큼씩 자라나더니 청소년 때부터는 거침없이 쑥쑥 뻗어가더라 장년이 되고부터는 빠르지도 않고 느리지도 않게 꾸준히 지경(地境)을 넓혀가는 모습 곁가지 많이 달고 뿌리도 깊이 내려 세월의 흔적 차곡차곡 쌓아놓더라 서두르지도 않고 게으르지도 않게 꿈꾸는 소망 가꾸며 딱, 두 뼘만큼씩 자라나더라 2022.05.28. 2022.08. 우리시 게재

삶의 보따리

삶의 보따리 누구나 겨드랑이 사이에 껴안고 있는 알록달록 보따리 남이 볼세라 책갈피에 눌러둔 단풍잎처럼 이슬 내리듯 꽃다운 향기로 콧등 시리게 한다 한때 괴롭고 힘들었어도 잊을 수 없이 박혀 있다가 추억처럼 스며 나오는 젖은 그림자 굽이굽이 가시덩굴 걸어와 버리고 싶어도 버리지 못한 채 가슴 깊이 숨어서 농익을 무렵 풀어내도 괜찮을 때가 되면 꽁꽁 묶어놓은 보따리 열어 홀가분히 털어버리자 2020.05.07. 2022.08. 우리시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