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기다리며/ 정현종 시를 기다리며/ 정현종 시 안 써지면 그냥 논다 논다는 걱정도 없이 논다 놀이를 완성해야지 무엇보다도 하는 짓을 완성해야지 소나기가 자기를 완성하고 퇴비가 자기를 완성하고 虛飢(허기)가 자기를 완성하고 피가 자기를 완성하고 연애가 자기를 완성하고 잡지가 자기를 완성하고 밥.. 花雲의 배움터/명시선집 1 2018.08.26
떠도는 자의 노래/ 신경림 떠도는 자의 노래/ 신경림 외진 별정우체국에 무엇인가를 놓고 온 것 같다 어느 삭막한 간이역에 누군가를 버리고 온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문득 일어나 기차를 타고 가서는 눈이 펑펑 쏟아지는 좁은 골목을 서서이고 쓰레기들이 지저분하게 널린 저작거리도 기웃댄다 놓고 온 것을 찾겠.. 花雲의 배움터/명시선집 1 2018.08.22
山査(산사)꽃/서정주 山査(산사)꽃/ 서정주 山 보네 山 보네 밤낮 山 보네. 그대와 나 둘이서 바래 보기면 번갈아 보며 보며 쉬기도 할 걸 그대 길이 잠들고 나 홀로 깨여 山 보네 山 보네 두 몫 山 보네. 그대와 나 둘이서 맞추었던 눈 기왕이면 끝까지 버틸 일이지 무엇하려 지긋이 감고 마는다. 그대 감은 눈 .. 花雲의 배움터/명시선집 1 2018.08.22
가을에/ 서정주 가을에/ 서정주 오게 低俗(저속)에 抗拒(항거)하기에 여울지는 자네. 그 소슬한 시름의 주름살들 그대로 데리고 기러기 앞서서 떠나가야 할 삷게도 빛나는 외로운 雁行(안항)-이마와 가슴으로 걸어야 하는 가을 雁行(안항)이 비롯해야 할 때는 지금일세. 작년에 피었던 우리 마지막 꽃-菊.. 花雲의 배움터/명시선집 1 2018.08.22
헤어진다는 것은 / 조병화 헤어진다는 것은 / 조병화 (1921 ~ 2003 경기도 안성) 맑아지는 감정의 물가에 손을 담그고 이슬이 사라지듯이 거치러운 내 감정이 내 속으로 깊이 사라지길 기다렸습니다. 헤어진다는 것은 영원을 말하는 것입니다. -나도 나하고 헤어질 이 시간에. 해와 달이 돌다 밤이 내리면 목에 가을 옷.. 花雲의 배움터/명시선집 1 2012.11.02
풀 / 김수영 풀 / 김수영 (1921 ~ 1968 서울)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花雲의 배움터/명시선집 1 2012.10.22
승무/ 조지훈 승무 / 조지훈 (1920 ~ 1968 경북 영양)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네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우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에 황촉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 花雲의 배움터/명시선집 1 2012.10.05
축제 / 김상옥 축제 / 김상옥 (1920 ~ 2004 경남 충무) 살구나무 허리를 타고 살구나무 혼령이 나와 채선彩扇을 펼쳐 들고 신명 나는 굿을 한다. 자줏빛 진분홍을 돌아, 또 휘어잡는 연분홍! 봄을 누룩 딛고 술을 빚는 손이 있다. 헝클린 가지마다 게워 넘친 저 화사한 발효 천지를 뒤덮는 큰 잔치가 하마 가.. 花雲의 배움터/명시선집 1 2012.09.27
전라도 길 / 한하운 전라도 길 / 한하운 -소록도 가는 길에 가도 가도 붉은 황톳길 숨막히는 더위뿐이더라 낯선 친구 만나면 우리들 문둥이끼리 반갑다. 천안 삼거리를 지나도 쑤세미 같은 해는 서산에 남는데 가도가도 붉은 황톳길 숨막히는 더위 속으로 쩔름거리며 가는 길. 신을 벗으면 버드나무 밑에서 .. 花雲의 배움터/명시선집 1 2012.09.27
데모 / 한하운 데모 / 한하운 (1919 ~ 1975 함남 함주) -함흥 학생 사건에 바치는 노래 뛰어들고 싶어라. 뛰어들고 싶어라. 풍덩실 저 강물 속으로 물굽이 파도 소리와 함께 만세 소리와 함께 흐르고 싶어라. 모두들 성한 사람들 저이끼리만 아우성 소리 바다 소리. 아 바다 소리와 함께 부서지고 싶어라 죽고.. 花雲의 배움터/명시선집 1 2012.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