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항(魚缸) 외/ 김교태 어항(魚缸) 김교태 어항에 잡히는 물고기가 늘 궁금했었다. 들어온 곳으로 나가면 되는 데 왜 그러지 못했는지! 아마 물고기는 다른 세상으로 들어 온 것이리라! 내가 광대 무비한 우주에서 이 작은 지구로 들어온 것처럼 물고기 그도 드넓은 바다에서 이 좁은 어항으로 들어 온 것이리라! .. 花雲의 배움터/詩와의 동행 2019.08.07
세월 단상(斷想)/ 이제우 세월 단상(斷想)/ 이제우 엉금엉금 기어가던 너 언제부턴가 뛰어가더니 이제는 날아가는구나 누구는 유수라 하고 누구는 쏜살같다 하고 누구는번개 같다고 하네 너와 함께 울고 웃다가 보니 어느새 고희를 넘어 망팔순의 언덕 네 날개를 타고 등 뒤를 바라보니 허(虛) 허(虛) 허(虛) …. 花雲의 배움터/詩와의 동행 2019.01.02
야생화/ 전선용 야생화/ 전선용 살을 에는 추위가 없었다면 불씨의 고마움을 알 수 있었겠나 이별로 눈물 흘리지 않았다면 만남의 기쁨을 느낄 수 있었겠나 배고파 보지 않았다면 한 숟갈 밥에 대하여 고마움을 알았겠나 내가 바라지 않아도 봄은 오고 한 송이 야생화 바람에 흔들리며 모르쇠 피어나는, .. 花雲의 배움터/詩와의 동행 2016.03.23
물詩의 집에서/김혜숙 물詩의 집에서/ 김혜숙 아르노 강을 가로 지르는 몬테베키오 베아트리체를 기다리며 수없이 서성이던 곳 그 다리 초입에 거푸집을 지었다 허공의 집 바람의 집 나는 너를 만나러 가는 길을 잃었다 길은 길 따라 끝이 없고 따라오는 길을 자꾸만 지우는 안개 저 다리를 건너면 네게 닿을 .. 花雲의 배움터/詩와의 동행 2015.07.09
[스크랩] 그럴 수 있다면 그럴 수 있다면 이기은 새하얀 종이 위에 오늘을 그리고 쓴 다음 파란 하늘 한 조각 녹색 바람 한 올 고운 햇살 한 움큼 정겨운 이야기 한 마디 좋아하는 노래 한 소절 차곡차곡 함께 채워 하얀 봉투에 넣고 이기은 본제입납 또박또박 써서 빨강 우체통에 넣었다가 세월이 한참 흐른 후에 .. 花雲의 배움터/詩와의 동행 2015.04.15
詩映山房/전선용 詩映山房/전선용 시영산방에 내리는 눈, 오목한 떡시루에 백설기가 푹, 익어간다 아궁이에 집힌 불의 요정, 노란 날개를 단 빛의 천사라 불러도 좋겠다 하얀 겨울밤은 그렇게 꽃으로 피어나나 보다 겨울에 피는 목련이라면 객쩍은 상상일까 꾸무리한 저녁을 입에 품고 분무질하는 엄동설.. 花雲의 배움터/詩와의 동행 2014.12.23
겨울 발소리/김점숙 겨울 발소리/김점숙 서릿발에 앉은 햇살 소매 끝에 매어 달고 고샅길 돌아돌아 가쁜 숨 몰아쉴 때 입동 입동 입동 문풍지 우는 소리 어찌 그리 시리던지 영 넘어 오시는 동장군도 자라목이 되겠네 花雲의 배움터/詩와의 동행 2014.12.06
바퀴에게/문정희 바퀴에게/문정희(1947~ ) 자꾸 뒤로 물러서는 파도를 보면 나도 좀 뒤로 물러서야 할 것 같다 뒤로 뒤로 물러서서 물의 발자국을 바라보아야 할 것 같다 어깨를 두드리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진실로 내가 무엇을 원하는가 내가 나에게 한번 물어봐야 할 것 같다 앞으로만 내닫는 바퀴에게 .. 花雲의 배움터/詩와의 동행 2014.05.25
양손/ 이용휴 양손/ 이용휴(李用休 1708~1782) 하늘이 양손을 만들어 준 것은 뭐라도 하라는 뜻으로 한 건데 어쩌란 말인가 팔짱만 끼고서 먹을 것 내려줄 하늘만 보다니 兩手 天之生兩手 천지생양수 盖欲有所爲 개욕유소위 如何供而坐 여하공이좌 只待雨粟時 지대우속시 花雲의 배움터/詩와의 동행 2014.02.20
蘭/ 신석정 蘭/ 신석정(1907~1974) 바람에 사운대는 저 잎샐 보게 잎새에 실려 오는 저 햇빛을 보게 햇빛에 묻어오는 저 향낼 맡게나 이승의 일이사 까마득 잊을 순 없지만 蘭이랑 살다보면 잊힐 날도 있겠지 花雲의 배움터/詩와의 동행 2014.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