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詩/화운의 詩 4

고장 난 시계처럼

花雲(화운) 2011. 10. 9. 07:42

고장 난 시계처럼

 

 

울적한 가을날 오후

불현듯 시간이 멈춘다면

혼자 영화관에라도 가고 싶다

웃기는 영화를 보면서

어두운 구석에 숨어 훌쩍거리며

참담했던 그때로 다시 돌아가

속이 풀릴 때까지 욕해주고

머뭇거리며 담고만 있던 말들

거침없이 쏟아버리고

난감하고 어지러웠을 그 기억을

눈물 어리는 영상 속에 몽땅 묻어버리고 싶다

실컷 울고 나서

앙금으로 남았던 분이 좀 풀리면

퍽퍽해진 가슴 소프트아이스크림으로 적시며

고장 난 시계처럼

그 자리에 멈춰 있고 싶다

 

 

2011.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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