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계백숙 발원문(發願文) 아직은 부모 품을 떠날 때도 아니건만 몸보신하겠다는 사람들에게 무자비하게 잡혀왔나이다 앞 못 보는 아버지 눈뜨게 하려고 공양미로 팔려 간 어린 심청이가 있다더니 펄펄 끓는 뚝배기 안 알몸으로 양손 가지런히 모은 채 공양미도 없이 제물이 되라하더이다 검푸른 파도 용솟음치는 인당수에 무참히 몸을 던진 청이는 갸륵한 효심에 왕녀로 환생했다는데 미식가의 호사스런 입맛 앞에 속속들이 골수까지 고아 바치는 공양은 무슨 가피가 있으려나 좋은 세상으로 보내주시려거든 부디 자비를 베풀어 봉황으로 다시 태어나게 해주사이다 2012.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