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3912

국사봉 가는 길 ★

국사봉 가는 길 뽀얀 물안개 내려앉는 보석같은 호수를 보려고 갈잎 수북한 산길을 오른다 오르면 오를 수록 아찔해지는 낭떠러지 산 너머에 숨겨진 꿈같은 오아시스 찾으려고 돌덩이 달린 걸음으로 고개를 넘는다 숨이 차오를수록 무거워지는 보따리 바람이 흔드는 대로 떨어지는 낙엽을 밟으며 밝아오는 능선너머로 아침을 본다 바라고 바라던 소망이 안개 속에서 잡히지 않더라도 늘 푸른 소나무 앞에서 숨을 고른다 2021.11.04. 산을 넘어야 하는 걸음은 숨이 차지만 꿈의 오아시스를 찾기 위해선 멈출 수 없습니다. * 국사봉: '옥정호를' 바라볼 수 있는 산봉우리 * 165회

기억 찾기

기억 찾기 유명 연예인의 이름이 갑자기 잊혀졌다 장 윤 주? 장 연 주? ?... ?... ?... TV를 틀면 거의 매일 보는 얼굴인데 순간적으로 이름이 사라졌다 성은 알겠는데 뒤의 이름字가 도무지 오리무중 이렇게 지워져 가는 건가? 뭐였지? 이거였나? 아닌데... 아무래도 이상해... 그렇게 헤매다 기억의 낭떠러지에 이르러 번개처럼 나타난 그 이름 찾았다! 아직 길을 잃은 건 아니었어! 2021.10.28.

그 벌레가 사는 법

그 벌레가 사는 법 마른 날에는 숨어 있다가 습기가 차오르면 나타난다 물에서 쫓겨나온 추방자였는지 날이 습해지면 향수를 찾아 도둑처럼 음침한 구석으로 몰려온다 장마가 길어지자 끝도 없이 기어 나오는 노래기들 그들에게도 사랑이 필요해 습기 속에 서로 몸을 꼬아 엉켜있는데 주워내고 주워내도 번식을 위한 사투를 멈추지 않는 그들 목숨을 건 대사를 완수했는지 죽을 만큼 불태우던 열기를 식히며 전등 안 구석에서 남모르게 굳어져간다 2021.07.09

가을 인연/ <상사화>

가을 인연 어디서 오실까 했어요 각기 다른 길로 왔어도 우리가 만난 곳은 우중충한 날씨에도 정겨움이 흐르는 곳이었지요 어떻게 오실까 했어요 낯설음 속에서도 미소를 드리운 얼굴 어색함은 전혀 없이 설레는 마음 달래야 했지요 어쩌면 그리도 좋을까요 마주 보고 앉아 있으니 서로 물드는 마음 반짝이는 갈빛 아래 단풍잎 같은 만남이었어요 2021.10.15. 10월의 멋진 만남을 생각하며 '블링 불링'님께 이 글을 바칩니다. * 시집 게재

끝나지 않은 사랑 ★

끝나지 않은 사랑 손바닥 맞대어 보는 단풍잎 두툼한 책갈피에 고이 접어두고 싶은 가을입니다 붙잡으려 해도 흩어져가는 갈색 숨결 따라가 보면 지우고 싶지 않은 풍경 둥실거리는 뭉게구름 사이로 보고픈 얼굴이 떠오르고 차가운 달빛 아래 끝나지 않은 사랑이 흐릅니다 시리도록 빈 하늘이어도 괜찮습니다 그리움으로 채우면 되니까 철새들 줄줄이 날아가도 괜찮습니다 아쉬움 실어 보낼 수 있으니까 떠나면 떠나는 대로 뒤돌아보지 않는 계절 마르면 부서져가더라도 서로 마음 기대어 겨울을 기다립니다. 2021.09.27 모두 떠나가는 계절이지만 우리는 그 자리에서 늘 기다리고 있습니다. * 별님을 향한 詩 제163회

그리움의 반란 ★/<상사화>

그리움의 반란 기다림은 설레기만 하는 게 아니었어요 맑은 아침 푸르게 일어났어도 한낮엔 목구멍이 뜨거워지고 해 기울면 눈물로 차오르는 것을... 하루가 흘러 한 달 한 달이 모여 일 년 그리움도 쌓이면 꽃으로 피어나나요? 바라보는 날이 길어질수록 붉게 타는 상사화 오랜 세월 헤아려도 만나지 못할 것을 알기에 기다림도 단풍지는 가을 모든 길이 지워져 하얗게 되면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도록 미리 꽃물 들이고 있을 게요 2021.09.18. 불갑사 상사화 * 150회 * 시집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