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벌레가 사는 법
마른 날에는 숨어 있다가
습기가 차오르면 나타난다
물에서 쫓겨나온 추방자였는지
날이 습해지면 향수를 찾아
도둑처럼 음침한 구석으로 몰려온다
장마가 길어지자
끝도 없이 기어 나오는 노래기들
그들에게도 사랑이 필요해
습기 속에 서로 몸을 꼬아 엉켜있는데
주워내고 주워내도
번식을 위한 사투를 멈추지 않는 그들
목숨을 건 대사를 완수했는지
죽을 만큼 불태우던 열기를 식히며
전등 안 구석에서 남모르게 굳어져간다
2021.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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