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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하는 말

바람이 하는 말 냉랭한 겨울바람에 이끌려 갈대 서걱거리는 강가로 간다 서로 부비는 마른 잎 사이로 정겹게 수런거리는 소리 가슴활짝 열어 들어보라고 비어있는 줄기 흔들어 말을 걸어온다 이 세상에 홀로 가는 길은 없다고 강물도 바람도 함께 모여 흘러간다고 누구라도 서로에게 동행이 되어 굴곡진 길이라도 기대어 간다고... 어디까지 갈 수 있을 지 알 수 없어도 낯설게 만나 꿈꾸며 가는 길 믿는 마음 의지하여 힘들고 아프더라도 참고 간다고... 2022.02.03. 낯설게 만났어도 기댈 수 있는 것은 참 든든하고 흐믓한 동행이 됩니다.

겨울 호수

겨울 호수 잔잔한 물이었던 바닥이 단단한 유리가슴이 되었다 배를 타고 건너야 했던 길을 걸어서도 갈 수 있게 되었다 숱한 목숨 살리느라 사철 내내 자애로운 품 속없이 아파서 찾아가면 아무도 모르게 울어주었다 빗물 쏟아지면 대신 젖어들고 바람 쓸고 가면 물결 일어도 봄을 껴안고 여름을 달래며 가을을 보내고 언 가슴이 되었다 한겨울 길고 긴 기도 끝나고 얼음장 밑으로 물빛소리 들리면 찢어진 가슴 어루만지며 여전히 넉넉한 품 다시 내어준다 2022.01.18.

여든이 되어도

여든이 되어도 운전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차를 몰로 그동안 가지 못한 곳을 가보고 싶다 좌회전 우회전 헷갈리지 않고 정해진 선 안에 주차할 수 있으면 다행인데 야간 운전은 아무래도 무리겠지 詩도 끊임없이 쓰고 싶다 거동이 불편해져도 마음은 그대로인데 육신이 허물어져도 열정만은 간직해야겠다 컴퓨터 자판만 두드릴 수 있다면 나이 들어 느껴지는 감성도 쓰고 싶다 운동을 더 해야겠다 걸을 때면 무릎이 욱신거리지만 아파도 걸어야 한다니 부지런히 걸어야겠다 우리 강아지들 무지개다리 건널 때까지는 날마다 산책해야 하니까 서투른 요리도 해봐야겠다 점점 간을 맞추는 것도 오락가락 음식 만드는 일이 자신이 없어진다 그나마 입맛 살아있을 때 작접 만들어 먹을 수 있으면 얼마나 다행이랴? 그러나 꼭 해야 할 일 세상 떠나기..

당신의 정원

당신의 정원 당신은 무슨 꽃을 가꾸십니까? 어떤 꽃을 심어 어떻게 돌보고 있나요? 때에 따라 물을 주고 흙을 가리는 잡초는 제거하면서 거름주기도 잊지 않으시겠죠? 당신의 뜨락에 아름다운 꽃이 피는 것은 진정한 정원사가 있기 때문입니다 꽃잎 떨어뜨리는 일 없이 고운 향기 가득하기를 소망하는 당신만의 정원 햇살이 비치지 않는 날에도 싱그러운 꽃이 피어날 수 있도록 따스한 웃음꽃을 피우고 있나요? 2022.01.02.

날마다 뜨는 태양

날마다 뜨는 태양 오늘 뜨는 태양은 어제 뜬 태양과는 다르답니다 떠오르는 시간도 다르고 산마루에 올라오는 위치도 달라요 여름엔 이글이글 타오르지만 살을 에는 겨울엔 햇살마저 시려요 보는 이에 따라서 의미도 다릅니다 젊은이에게는 미래를 비춰주지만 늙은이에게는 추억으로 돌아가게 해요 하늘의 태양은 하나이지만 바라보는 눈은 각기 달라서 어느 날은 절망이어도 다음날은희망으로 다시 떠오릅니다 2022.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