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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보 ★

조각보 이 쪽 칸은 이런 색 저 쪽 칸은 저런 색 어디서 왔는지 알지 못해도 곁에 있으니 서로 닮았네 어떻게 왔는지 알 수 없어도 함께 있으니 서로 어울리네 같은 생각으로 만났기에 넘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아 이리저리 재어 보아도 어긋나지 않는 보자기 조각조각 모여서 태어났지만 오로지 하나의 일을 할뿐이네 2021.09.08 서로 다른 조각들이지만 한데 모여 하나의 일을 하는 우리는 별님의 아리스! * 146회

몽돌 ★

몽돌 둥글지 않으면 구를 수 없습니다 큰 바위에서 떨어져 나왔을 때는 마음대로 움직일 수도 없었고 아무데도 갈 수가 없었습니다 물에 있으면 가라앉고 흙에 있으면 묻혀버릴 수밖에 누군가의 발끝에 차여야만 튕겨진 만큼 날아갈 수가 있었습니다 흐르는 물에 쓸리고 달리는 바람에 깎여 부서지고 작아지면서 둥글어진 몽돌 둥글어지면 언제든 구를 수 있습니다 비가 오면 젖는 대로 눈이 오면 어는 대로 굴러가다 보면 어딘들 못 가겠습니까? 아래로 굴러 낮아질 수 있었던 만큼 거꾸로 굴러 太山을 넘을 수도 있습니다 2021.09.01 * 144회

가을밤의 합창 ★

가을밤의 합창 가을밤을 울리는 거대한 합창들의 대행진 서늘한 어둠이 깊어질수록 그들의 노래는 더욱 절실해진다 하늘 아래 생명임을 증명하고 번영을 이루기 위해 부르는 대합창곡 주어진 무대는 한 시절뿐이라 몸을 던져 본능의 시간을 달린다 주는 것을 아끼지 아니하고 죽어도 좋을 만큼 남기고 싶은 사랑 우리도 늦기 전에 노래를 부르자 저들보다 더 큰 목소리로... 2021.08.23 * 141회

붉은 기다림

붉은 기다림 이제나 오실까 대문 열어놓고 바라봅니다 저제나 오실까 담벼락에 매달려 바라봅니다 햇살 기울어 산 그림자 길에 누울 때까지 고개도 내려놓지 못하고 좁은 골목 내다보는 능소화 이 밤이 지나면 밤새 내린 이슬에 젖을지라도 바람벽을 잡고 있는 손길은 눈 감을 때까지 놓을 수 없습니다 시들지도 못한 꽃잎 땅에 떨어져 뒹굴지라도 붉은 기다림은 계절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습니다 2021.08.08 만날 수 없어도 붉은 기다림은 세월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습니다.

배롱나무의 계절

배롱나무꽃이 본격적으로 피기 시작했다. 해마다 싸매주어도 어린 가지가 얼어죽으면 새 가지들이 올라와서 꽃을 피우는데 작년보다 한 뼘 더 크게, 한 뼘 더 길게 자랐다. 내년부터는 추위도 잘 견뎌냈으면 좋겠다. 철쭉 사이사이 서 있는 배롱나무들이 울타리 역활을 톡톡히 해준다. 한여름 고운 얼굴을 보여주어서 아침 창문을 열 때 즐겁고 푸른 마당을 아름답게 비춰주니 고맙다. 더 자라면 시영산방의 여름이 눈부신 동산이 될 것 같다. 언제 보아도 동쪽 능선이 참 아름답다. 배롱나무가 이젠 밑에서도 잘 보인다. 한 뼘이던 어린 묘목이 일곱 해를 지나며 많이도 자랐다. 내년 쯤에는 어린 나무가 아니라 제법 우거져 보일 것 같다. 텃밭에 백일홍 씨앗이 떨어져 부추밭을 덮었다. 그래도 여름내내 고운 꽃을 보여주어서 그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