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롱나무꽃이 본격적으로 피기 시작했다.
해마다 싸매주어도 어린 가지가 얼어죽으면
새 가지들이 올라와서 꽃을 피우는데
작년보다 한 뼘 더 크게, 한 뼘 더 길게 자랐다.
내년부터는 추위도 잘 견뎌냈으면 좋겠다.
철쭉 사이사이 서 있는
배롱나무들이 울타리 역활을 톡톡히 해준다.
한여름 고운 얼굴을 보여주어서 아침 창문을 열 때 즐겁고
푸른 마당을 아름답게 비춰주니 고맙다.
더 자라면 시영산방의 여름이 눈부신 동산이 될 것 같다.
언제 보아도 동쪽 능선이 참 아름답다.
배롱나무가 이젠 밑에서도 잘 보인다.
한 뼘이던 어린 묘목이 일곱 해를 지나며 많이도 자랐다.
내년 쯤에는 어린 나무가 아니라 제법 우거져 보일 것 같다.
텃밭에 백일홍 씨앗이 떨어져 부추밭을 덮었다.
그래도 여름내내 고운 꽃을 보여주어서 그대로 보기로 했다.
자세히 보면 그들도 남못지않게 어여쁘다.
백일홍이 많이도 피었다.
그대로 두면 키가 너무 커져서 어릴 때 꽃대를 잘라주었더니
좀 늦게 피긴 했어도 곁가지 꽃들이 마당 한가득이다.
한여름 내내 피었다 지고... 피었다 지고...
참 오랫동안 함께 있어주는 소박하고도 정겨운 꽃이다.
시영산방 바깥주인장이
정원석에 올라갔다가 낙상을 하여 어깨 수술하는 바람에
여러 날 병원신세를 지느라 꽃들을 돌보지 못했더니
나무마다 제멋대로 새순들이 뻗어나고
앞뜰을 환하게 밝혀주던 목수국도 시들어가고 있다.
주인이 챙겨주질 못하고 있으니 아이들도 천덕꾸러기가 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