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성/ 박덕규 미완성/ 박덕규 그녀를 만날 때마다 내 마음 위에 난蘭을 쳤다 처음엔 눈 맞춤으로 싱그럽게 핀 잎을 다음에는 정을 밀어 올린 꽃대와 꽃잎을 마지막엔 그녀의 뿌리를 붙잡고 있는 바위가 되었지만 그녀가 내 몸에서 시드는 모습을 보고 낙관을 찍지 못했다. * 피천득의 <인연>을 읽고.. 花雲의 배움터/詩와의 동행 2012.07.05
내일은 비/ 청개구리 / 이생진 내일은 비/ 청개구리 / 이생진 (1929 ~ 충남 서산) <내일은 비> 오랜 가뭄 끝에 청개구리가 뽕나무를 올라간다 가장 믿음직한 소리로 <내일은 비> 스무 개의 알 덩어리를 나무 밑에 묻어 놓고 근심하던 끝에 비 올 거라며 터뜨리는 울음소리 그 슬픈 소리가 이상하게도 믿음직하다 <.. 花雲의 배움터/詩와의 동행 2012.07.03
바람벌/ 이호우 바람벌/ 이호우 (1912~1970) 그 눈물 고인 눈으로 순아 보질 말라 미움이 사랑을 앞선 이 각박한 거리에서 꽃같이 살아 보자고 아아 살아 보자고. 욕(辱)이 조상(祖上)에 이르러서도 깨달을 줄 모르는 무리 차라리 남이었다면, 피를 이은 겨레여 오히려 돌아앉지 않은 강산(江山)이 눈물겹다. .. 花雲의 배움터/詩와의 동행 2012.07.01
어처구니*/ 마경덕 어처구니*/ 마경덕 나무와 돌이 한 몸이 되는 것은 어처구니 없는 일, 근본이 다르고 핏줄도 다른데 눈 맞추고 살을 섞는다는 것 아무래도 어처구니없는 일 한 곳에 붙어살며 귀가 트였는지, 벽창호 같은 맷돌 어처구니따라 동그라미를 그리며 순하게 돌아간다 한 줌 저 나무 고집 센 맷돌.. 花雲의 배움터/詩와의 동행 2012.06.30
선인장의 가시는 잎으로 퇴회해야 한다 / 진 성 선인장의 가시는 잎으로 퇴회해야 한다 / 진 성 마천루가 하늘을 찌르는 도시의 거리는 이미 열사의 사막 그 사막에 번성하는 선인장들 한 방울의 물을 아끼기 위해 잎은 가시로 진화하였다 그러나 바늘보다 예리한 가시를 온몸에 두르고 산다는 것은 미친 짓이다 타인에게 작은 그늘도 .. 花雲의 배움터/詩와의 동행 2012.06.29
어떤 찬란한 것도 오래가지 못하리/ 로버트 프로스트 어떤 찬란한 것도 오래가지 못하리/ 로버트 프로스트(1874~1963) 자연의 연초록은 찬란하지만, 지탱하기 제일 힘든 색. 그 떡잎은 꽃이지만, 한 시간이나 갈까. 조만간 잎이 잎 위에 내려앉는다. 그렇게 에덴은 슬픔에 빠지고 새벽은 한낮이 된다. 어떤 찬란한 것도 오래가지 못하리. 花雲의 배움터/詩와의 동행 2012.06.14
저녁별처럼/ 문정희 저녁별처럼/ 문정희(1947~ ) 기도는 하늘의 소리를 듣는 것이라 저기 홀로 서서 제자리 지키는 나무들처럼 기도는 땅의 소리를 듣는 것이라 저기 흙 속에 입술 내밀고 일어서는 초록들처럼 땅에다 이마를 겸허히 묻고 숨을 죽인 바위들처럼 기도는 간절한 발걸음으로 한 번도 가보지 못한 .. 花雲의 배움터/詩와의 동행 2012.06.03
흰 철쭉 진 자리/ 이성이 흰 철쭉 진 자리/ 이성이 며칠- 거짓말처럼 희어 눈물 나던 흰 철쭉 졌다 가까이 가서 보니 꽃 진 자리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정말 거짓말처럼 피었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인데 어찌 그럴 수 있는가 내 꽃 진 자리에 남아 있는 이 커다란 상처는 도대체 뭐란 말인가 눈물도 남기지 않.. 花雲의 배움터/詩와의 동행 2012.06.02
기울기로 하자 / 한병준 기울기로 하자/ 한병준 내 방 창문 너머로 오후의 환한 얼굴이 기울었으니 서재 탁자 위 물끄러미 놓인 찻잔이 그 침묵이, 향기 따라 김 따라 기울었으니 우리 그리운 쪽으로 기울자 하늘에 밑줄 긋고 지나는 비행기는 또 어디로 기우는지 흙에서 발을 떼고 싶었을 고향 어귀 나무야 어둠.. 花雲의 배움터/詩와의 동행 2012.0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