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기로 하자/ 한병준
내 방 창문 너머로
오후의 환한 얼굴이 기울었으니
서재 탁자 위 물끄러미 놓인 찻잔이
그 침묵이, 향기 따라 김 따라 기울었으니
우리 그리운 쪽으로 기울자
하늘에 밑줄 긋고 지나는 비행기는 또 어디로 기우는지
흙에서 발을 떼고 싶었을 고향 어귀 나무야
어둠으로 깊어지던 초승달아
제 맘을 조금 밖에 보여 주지 않던 누이야
귀 맑아 수런거리던 들판아
누렇게 익어 기울던 날들아
서로 발자국 쫓아다니며 풀물 들어 기울자
우리 생에 그 환한 얼굴로
* 경기 화성 출생. 2004년 [현대시문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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