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김지하 님/ 김지하 (1941 ~ ) 가랑잎 한 잎 마루 끝에 굴러들어도 님 오신다 하소서 개미 한 마리 마루 밑에 기어와도 님 오신다 하소서 넓은 세상 드넓은 우주 사람 짐승 풀 벌레 흙 물 공기 바람 태양과 달과 별이 다 함께 지어놓은 밥 아침 저녁 밥그릇 앞에 모든 님 내게 오신다 하소서 손님 오시.. 花雲의 배움터/詩와의 동행 2012.09.09
구석/ 이창건 <동시> 구석/ 이창건 (1951 ~ ) 나는 구석이 좋다 햇살이 때때로 들지 않아 자주 그늘지는 곳 그래서 겨울에 내린 눈이 쉽게 녹지 않는 곳 가을에는 떨어진 나뭇잎들이 구르다가 찾아드는 곳 구겨진 휴지들이 모여드는 곳 어쩌면 그 자리는 하느님이 만든 것인지도 모르지 그곳이 없으면 나뭇잎들.. 花雲의 배움터/詩와의 동행 2012.09.05
고향생각/ 이은상 고향생각/ 이은상 (1903 ~ 1982) 어제 온 고깃배가 고향으로 간다하기 소식을 전차하고 갯가으로 나갔더니 그 배는 멀리 떠나고 물만 출렁거리오. 고개를 수그리니 모래 씻는 물결이오. 배 뜬 곳 바라보니 구름만 뭉기뭉기 때 묻은 소매를 보니 고향 더욱 그립소 花雲의 배움터/詩와의 동행 2012.08.31
차를 내며/ 정문석 차를 내며/ 정문석 금황차金黃茶를 마시고 천향신다天香神茶를 마셔도 선다일여仙茶一如는 꿈이련가 다기를 만지며 차 우리는 가슴에 세속이 가득하다 가난한 것 사랑했던 것 다시 사랑해야할 것 그리고 소유할 수 없는 그 모든 것이 찻물에 출렁인다 수도자로서 살아간다는 것은 세속.. 花雲의 배움터/詩와의 동행 2012.08.14
매미 外/ 황원교 매미/ 황원교 까닭 없이 운 적도 있다 누군가 못 견디게 그리워서 운 적도 있다 고백하건대 사는 게 힘겨워 운 날이 가장 많았다 부끄럽지만 아직도 너처럼 목 놓아 울고 싶을 때가 있다 별똥별 저렇게 가뭇없이 사라져야 한다면 저렇게 허망하게 떠나가야 한다면 태어나지도 사랑하지도 .. 花雲의 배움터/詩와의 동행 2012.08.13
[스크랩] <빛에 관한 시 모음> 이광수의 `빛` 외 ... <빛에 관한 시 모음> 이광수의 '빛' 외... + 빛 만물은 빛으로 이어서 하나. 중생은 마음으로 붙어서 하나, 마음 없는 중생 있던가? 빛 없는 만물 있던가? 흙에서도 뭍에서도 빛이 난다. 만물에 탈 때는 온몸이 모두 빛. 해와 나, 모든 별과 나, 빛으로 얽히어 한 몸이 아니냐? 소와 나, 개.. 花雲의 배움터/詩와의 동행 2012.08.05
꽃은 언제 피는가/ 김종해 꽃은 언제 피는가/ 김종해(1941 ~) 사랑하는 이의 무늬와 꿈이 물방울 속에 갇혀 있다가 이승의 유리문을 밀고 나오는, 그 천기의 순간, 이순의 나이에 비로소 꽃피는 순간을 목도하였다 판독하지 못한 담론과 사람들 그 틈새에 끼어 있는, 하늘이 조금 열린 새벽 3시와 4시 사이 무심코 하늘.. 花雲의 배움터/詩와의 동행 2012.07.30
봄을 타다/ 한옥순 봄을 타다/ 한옥순 장을 보러 나간 것이 봄 노을을 만나고 말았다 버스를 탄다는 것이 봄을 타고 말았다 봄바람이 동행해주던 그날 밤엔 지독한 봄 몸살을 앓고야 말았다 약을 먹는다는 것이 봄밤을 털어 넣었다 가슴이 다 타도록 잠 못들었다 * 2000년 (문학세계)로 등단. 시집으로 [황금빛.. 花雲의 배움터/詩와의 동행 2012.07.25
메아리/ 마종기 메아리/ 마종기 (1939 ~) 작은 호수가 노래하는 거 너 들어봤니. 피곤한 마음은 그냥 더 잠자게 하고 새벽 숲의 잡풀처럼 귀 기울이면 진한 안개 속에 몸을 숨긴 채 물이 노래하는 거 들어봤니? 긴 피리 소리 같기도 하고 첼로 소리인지 아코디언인지, 멀리서 오는 밝고 얇은 소리에 새벽 안.. 花雲의 배움터/詩와의 동행 2012.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