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詩/화운의 여행詩 59

동피랑 벽화 거리

동피랑 벽화 거리 누구의 손으로 꽃이 되고 누구의 손으로 나무가 되었을까? 색스런 꽃밭으로 나비가 날아들고 푸른 가지 위에서 새들이 노래하네 짭조름한 바다 냄새에 이끌려 좁은 골목을 찾아온 낯선 발자국 고달픔으로 기울어가는 쪽문 열리는 소리를 듣고 있네 담벼락을 기어오르는 풀잎이 먼 바다로 날아가고 싶은 갈매기에게 파아란 손을 흔들어주는 마을 바람 따라 구름 따라 향기로운 꽃으로 피어나고 푸르른 숲으로 무성해지는 꿈을 꾸네 2010.06.22 통영 동피랑 거리에서

버스 터미널

버스 터미널 어디론가 가고 어디선가 돌아오고 오고 가는 사람들이 모여들고 빠져나가는 번잡한 길목 표를 사기 위해 줄을 서고 떠날 시간이 되기를 기다리며 비어있는 의자에 몸을 맡기고서 새로운 만남을 준비하고 있다 새벽 첫 차부터 들뜬 걸음으로 시간을 재촉하며 누군가는 희망을 찾아서 낯선 버스에 몸을 싣는다 배웅이 없어도 목적지 없는 차가 없듯이 마중이 없어도 우리는 매일 어디론가 가야 할 곳을 향하여 출발을 한다 끝도 모르는 꿈을 찾아가는 길 위에서 기대를 가지고 떠났다가 실망을 가지고 돌아오게 되더라도 만날 친구가 있고 돌아갈 보금자리가 있는 사람은 누구보다 행복한 사람 아닌가 2009.12.22 (시 2에서 옮겨옴)

여행자의 눈물

여행자의 눈물 달랑 배낭 하나 메고 집 떠난 지 여러 날 물설고 낯선 곳을 헤매다 인적 드문 곳에 여장을 풀고 인심 좋은 타국에서 후한 대접 받고 보니 지구촌이 한 가족이라 우거진 야자나무 아래서 생전 처음 먹어보는 야생의 먹거리 정성스레 차려주는 밥상에 목구멍으로 차오르는 뜨거운 향수 여행은 돌아갈 곳이 있기에 떠날 수 있는 길 여정에 지쳐 돌아가면 반겨주는 살붙이 있기에 허기지는 뱃속을 생소한 정감으로 채운다. 비에 젖어 떨고 있는 노파의 주름진 얼굴에 겹쳐오는 어머니 돌아가면 언제나 따듯하게 품어주는 보금자리 생각에 앞을 가리는 눈물 여행은 돌아갈 곳이 있기에 떠나는 방랑 2009.09.01 (시 2에서 옮겨옴)

연도교

연도교 기다리는 세월 아득하여 바라보는 마음 까맣게 타버린 바다가 되었다 빤히 보이는 눈 앞에 있어 손 내밀어 잡으면 품 안으로 안겨올 것을 타 들어가는 가슴 하루에도 몇 번씩 바닷물로 채운다 늘 곁에 있는 것이 좋아 큰 섬 곁에 작은 섬 그 사이에 품은 갯벌에서 숱한 생명 길러내도 좋겠으니 갈매기 내려앉는 바닷가에 집이라도 짓자 아침에 일어나면 찰랑이는 파도로 얼굴 씻어주고 밤마다 곁에 누워 별을 헤면 좋을 걸 헤어져 그리워하느니 늘 함께 있고 싶어서 누구라도 끊지 못할 다리 걸쳐놓고 너에게로 간다 2009.08.17 신도. 시도. 모도를 다녀와서 (시 2에서 옮겨옴)

열기구 비행

열기구 비행 두둥실 떠올라 들판을 보고 산을 내려다본다 마을로 난 길을 따라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이 보이고 강물 위를 달려가는 작은 배도 보인다 푸른 호수에 갇혀서 맴돌고 있는 저 물결을 보라 어디론가 가고 싶어도 길이 없어 한곳으로만 모여 날아가는 새를 올려다본다 올라가고 싶다 올라가고 싶다 높이 올라 멀리 날아가고 싶다 날개가 없는 것은 날아가고 싶어도 날 수가 없는데 갈망이 있다면야 머릿속이라도 비워야지 일생에 단 한 번뿐이라 해도 날개대신 커다란 풍선에 간절한 소망 담아 뜨겁게, 뜨겁게 하늘로 오른다 2009.08.06 (시 2에서 옮겨옴)

영덕에 가면

영덕에 가면 하얀 날개로 바람을 부르는 풍차가 언덕 위에 서서 손을 흔들고 있어요 동쪽으로부터 밀려오는 파도를 달래며 고단한 마음 쉬어가라 속삭이지요 수평선 위에 걸려있는 설레임 어둠을 헤치고 달려오는 아침빛에 안기라 하네요 손에 손 잡고 해 돋는 언덕으로 오세요 눈부신 하늘빛도 놀다 가는 곳 해당화 미소 짓는 오솔길에 너 하나의 사랑과 나 하나의 소망이 갈매기 힘찬 날개에 실려 파도치는 푸른 바다 저 너머로 날아가고 있어요 2009.07.30 (시 2에서 옮겨옴)

대학로 거리

대학로 거리 한 무리 빠져나간 골목에 또 한 무리 몰려오고 젊음의 부푼 열기 거리를 메울 때 파지 줍는 할머니 사람들 틈에서 등이 더 굽어지겠네 방실거리는 아기 안고 가는 젊은 부부 마주보는 얼굴에 웃음꽃 피는데 관객을 부르는 샌드위치맨 목청 터져 갈라지겠네 저물어가는 하루의 끝자락에서 희끗한 중년의 인생토론 노천카페 찻잔에 녹아내리는데 열정이 넘치는 가슴으로 희망과 활기 채워가는 대학로에 발걸음마다 묻어나는 꿈과 사랑이 한 여름 밤 생생한 별이 되어 골목길 상점마다 반짝거리네 2009.06.27 대학로 노천카페에서 (시2에서 옮겨옴)

순례의 길

순례의 길 한없이 낮은 몸이 되어 무릎 꿇고 두 손을 뻗어 맨 바닥에 엎드려 비는 오체투지 이 땅에서의 생은 영원하지도 않아 절 한 번에 참회의 염원 담아 머리를 조아려 기도하는 순례자 얼마나 많은 수행이면 성지에 닿을 수 있을까 순례 길에 죽으면 영광의 문으로 들어가고 슬픔도 고통도 다 내려놓는 숭고한 여정이어라 모든 목숨이 태어나서 꼭 한 번밖에 갈 수 없는 길 하루하루 한없이 낮은 몸이 되어 희생하고 섬기며 산다면 가야 하는 그 길이 그리 험난한 고행 길만은 아니지 않겠는가 2009.05.30 (시 1에서 옮겨옴)

사라진 도시

사라진 도시 역사에서 그들은 왜 사라졌을까 문명은 진보되고 변화하여 옛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는 세상살이가 되었다 먼 옛날 흥왕하던 도시 사막에 묻혀 돌기둥만 남아 강렬한 태양에 삭은 몸 드러내고 석양아래 돌아갈 길 먼 나그네 떠나간 선인들의 숨결 속에서 목마른 잠을 청한다 아무런 사연도 남아있지 않은 벌판에 태어나고 죽어간 생명은 셀 수도 없는데 남아있는 자들은 모래바람 헤치며 또 어디로 갈 것인가 용맹스러운 영웅의 흔적을 담아 영원히 사라진 도시 훗날 무엇을 전해주고 무슨 말을 들려주고 싶었을까 2009.05.24 (시 1에서 옮겨옴)

아침 비행

아침 비행 겹겹이 쌓인 골짜기마다 그윽한 안개 가득 차고 산성 따라 퍼져가는 흙냄새 천상으로 피어오르면 밝아오는 미명 상거한데 깊은 골짝 밭둑에서부터 아침은 깨어난다 넓은 하늘 벗겨지면 구름 위에 또 하늘 따사로운 동쪽을 향하여 엎드려 있는 무덤은 나의 어머니! 나의 어머니! 물안개 맞으며 해를 따라가자 가도 가도 그 강이 거기 있고 산과 들이 거기 있다 닿을 곳 모르는 땅 끝으로 이 몸 날려 가버릴지라도 언제나 울며 웃으며 그리워할 나의 땅! 나의 고향! 1995.09 비행기 안에서 (시 1에서 옮겨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