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詩/화운의 여행詩 59

공항에서

공항에서 지축을 흔들며 달리다가 사뿐히 날아오르는 비행기를 보며 먼 나라로 떠나는 상상을 한다 뜨거운 열사의 나라로 가볼까 야자수 밑에 앉아서 에머럴드 바다를 바라봐야지 해가 질 때면 붉은 바다가 이글거릴 거야 아니면 만년설에 덮여있는 빙산을 오를까 살을 에는 혹한의 계곡에서 끈질긴 인내심을 시험하게 될 거야 아! 지구는 가도 가도 끝이 없구나 저 비행기로 아무리 날아가도 그 머나먼 땅 끝은 끝내 볼 수 없으니 둥근 지구의를 돌리며 가고 싶은 곳에 점을 콕 찍어 허공으로 가볍게 부양하는 비행기에 자유로운 여정을 실어 날아간다 2012.08.17 (시 5에서 옮겨 옴)

범선을 타고

범선을 타고 새가 아니어도 좋다 바다 멀리 날아갈 수 있으면 바람이 아니어도 좋다 높은 파도 넘어갈 수 있으면 마스트 꼭대기에 올라서서 하늘 향해 두 팔 벌리면 바람이 몸을 받쳐 가벼이 날려주는데 발아래 깊은 물 내려다보며 끝없는 저 수평선 너머로 날아보련다 지치지 않는 날개로 활개 치는 돛이 거친 물살 갈라준다 2011.10.03 (시 4에서 옮겨 옴)

밤바다

밤바다 하늘도 갯벌도 어둠 속으로 빨려갈 때 가던 길 멈추고 선 젖은 그림자 아무도 모르게 울고 있어요 노을 빛 희미해져 무너지는 마음 그대로 축축한 바닥에 주저앉고 있어요 모든 길이 막힌 듯 보이지 않으면 저 작은 별도 맘 졸이고 있을 것을 외로우면 외로운 대로 바람소리에 귀를 열고 짠 울음 참으며 눈물 씻고 있어요 2011.08.31 (시 4에서 옮겨 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