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詩/화운의 여행詩 59

그 섬에 가고 싶다

그 섬에 가고 싶다 검푸른 바다 위로 통통거리는 유람선 아랑곳없이 바위틈에 물개들 햇볕과 놀고 있는 그 섬에 가고 싶다 가고 싶어도 갈 수 없어 애타게 바라보는 인당수 건너 북녘 땅 울며 나는 갈매기만 오고 가는 그 바다에 가고 싶다 파도치는 물결 따라 매끄러운 콩돌의 노랫소리 정겨운데 말없는 두무진(頭武津)의 석상들이 웅장한 그 벼랑 위에 가고 싶다 아! 멀리 있어도 그림인 듯 떠오르는 그리운 모습 짠 내음으로 일궈가는 삶이 오붓한 그 섬에 다시 가고 싶다 2011.05.31 (시 4에서 옮겨 옴)

콩돌해변

콩돌해변 인고의 세월도 구르고 구르면 저렇게 반들반들해지나 보다 거센 파도에 씻겨 매끌매끌해질 때까지 바다에 쏟았을 눈물 얼마나 될까 모난 구석 다 닳도록 구르던 날들이 알알이 콩돌로 쌓였나 보다 밀물 썰물 들고나는 기슭에 밀려와 젖은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가 비단결이다 2011.05.07 * 콩돌해변:콩알처럼 매끄러운 자갈이 깔린 백령도해변 (시 4에서 옮겨 옴)

섬마을 새벽종

섬마을 새벽종 서해바다 외딴 섬마을에 작은 교회 하나 있었다 가파르게 올라가는 언덕 위에 줄을 당겨 울리는 종탑이 있었는데 수평선 너머로 별빛 흐려지면 하루도 거르지 않고 새벽종이 울렸다 가난하고 고단한 자의 기도 들으시라 두꺼운 미명을 열고 날마다 울었다 떨리는 쇠 울음이 채 사그라지기 전에 깊은 바다로 줄지어 향하는 고깃배들 오늘도 험한 풍랑 이기고 만선으로 돌아오길 빌고 또 빌었어도 끝내 섬을 떠나고 싶은 젊은 여자 마침내 애끓는 기도가 하늘에 닿았는지 어느 날, 종탑을 떠난 종소리처럼 섬을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2012.04.03 (시 5에서 옮겨 옴)

활어시장

활어시장 겨울바람 흐르는 골목 안으로 사람물결 몰려가고 출렁거리는 흥정소리에 몸부림치는 물고기들의 짠물이 튄다 좁은 수조에 갇혀 숨넘어갈 듯 거친 호흡에 떠나온 바다가 거품 물고 매달리면 도마 위에 흐르는 핏물 개의치 않고 펄떡거리는 살점을 도려내는 칼날 죽어서도 삭일 수 없는 아픔을 저며 낸다 결코 열지 않을 듯 입을 다문 조가비 돌아갈 수 없는 갯벌의 기억 모두 잃어버릴 때까지 끈적거리는 비린내 토해낼 때 군침 삼키는 군상들의 호기심만 질퍽거리는 시장바닥에 왁자지껄하다 2012.02.16 (시 5에서 옮겨 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