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소리 들려오면 종소리 들려오면 댕그러엉...... 종소리 한 번에 설레임 댕그러엉...... 종소리 한 번에 그리움 댕그러엉...... 종소리 한 번에 탄식 댕그러엉...... 종소리 한 번에 분노 댕그러엉...... 종소리 한번에 서러움 댕그러엉...... 종소리 한번에 용서 댕그러엉...... 종소리 한번에 자유 댕그러엉...... 종소리 들려오면 저물어가는 또 하루...... 1995.10.09 경주에서 (시 1에서 옮겨옴) 花雲의 詩/화운의 여행詩 2009.04.15
매화 마을에서 매화 마을에서 그날은 어찌나 쌀쌀하고 침침하던지 그녀가 온다기에 섬진강 언덕 위로 마중 나갔더니만 느닷없이 불어 닥친 꽃샘바람에 창백하게 얼어버린 꽃잎이 애처로웠습니다 그래도 두 뺨 비벼대고 싶었습니다 얼마나 오랜 기다림이었는지 뽀얀 발걸음 얼싸안고 춤이라도 추고 싶었기에 마주치는 눈빛만으로도 뛸 듯이 반가웠지요 산마루에 펼쳐놓은 하얀 너울 언제까지 곁에 두고 볼 수 없음을 아쉬워하진 않을 겁니다 핏기 잃은 얼굴 봄 내음에 실려 떠나버린다 해도 강물에 녹아내리는 맑은 미소 눈부시게 피어나는 동산에 무엇보다 뚜렷하게 누구보다 강인하게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자태로 사뿐히 다시 오실 그대 믿기 때문입니다 2009.03.13 광양 매화마을에서 (시 1에서 옮겨옴) 花雲의 詩/화운의 여행詩 2009.03.21
안개 낀 향일암 안개 낀 향일암 안개 자욱한 벼랑 끝 암자에서는 출렁이는 바다도 보이지 않았다 깊고 푸른 물 가운데에서 뜨겁게 솟아오르는 붉은 해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무겁게 내리누르는 우울한 그림자 허공을 날아가는 빛마저 가두어버린다 가늘고 여린 가지 휘감는 푸른 잎새 아래 새빨간 동백꽃잎 기약 없이 떨어뜨려버리고 육중한 바위 틈새 끼어 수심에 쌓였는데 하늘 아래 들리는 건 철썩 이는 파도 소리뿐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나무 꼭대기에 앉아 길 잃어 떠나가지 못하는 젖어버린 날개여! 2009.03.13 (시 1에서 옮겨옴) 花雲의 詩/화운의 여행詩 2009.03.07
붉은 소금밭 붉은 소금밭 지상에서 가장 높고 멀고 험한 차마고도 나무도 풀도 없는 가파른 계곡에 하늘이 내려준 축복 란창강변에 붉은 염정이 있다 끊임없이 퍼 담아 길어 올려서 오랜 기다림 끝에 가져다 준 햇볕과 바람의 선물 땀과 눈물로 빚어낸 새하얀 보석 알알이 한 맺힌 땀방울 조각조각 붙여놓은 가슴 밭에 떨어져 여인네 고달픔 말라붙는 짜고도 매운 연못이다 어머니가 죽으면 딸의 터전이 되고 딸이 죽으면 그 딸들의 터전이 되어 울어도 울어도 결코 묽어지지 않는 질곡의 붉은 소금 밭 2009.03.04 (시1에서 옮겨옴) 花雲의 詩/화운의 여행詩 2009.03.04
집시와 훌라멩고 집시와 훌라멩고 발을 굴러 땅을 두드리고 손뼉 쳐서 하늘 갈라낸다 허공을 토막 내는 부릅뜬 시선 지면의 기운을 모아 토해내는 정열의 축제 심장으로부터 치솟는 열기 땀방울로 떨어져 내리고 천지를 흔드는 발굽 장단 붉은 치마에 휘감겨 돈다 목청 터지도록 끓어오르는 외침 유랑하는 동족의 슬픈 노래 뜨거운 피를 가진 자유의 영혼 집시의 훌라멩고는 층층이 밀려오는 파도처럼 날이 새는 줄 모른다 2008.06 스페인 그라나다에서 (시 1에서 옮겨옴) 花雲의 詩/화운의 여행詩 2009.02.05
돌아가는 한계령 돌아가는 한계령 돌아가자 돌아가자 천천히 가자 누가 쫓는다고 지름길 질러갈 쏘냐 한 구비 돌아가면 둥지 떠난 산새 빈 가지 쪼아대고 마른 껍질 부서지는 소리 설한 속에 잠들어 있는 생기 깨운다 하늘과 맞닿은 고개 아래 훈풍에 돋아나는 새싹 보듬듯 바다를 품고 엎드린 준령들 겹겹이 아지랑이 피는 봄날 기다리고 있겠구나 지난여름 푸르름 마시며 차오르던 녹음 피 빛으로 물든 사연 얼룩질까 순백으로 감싸 안은 산마루 돌아 쉬었다 가자 쉬었다 가자 쫓는 이 없으니 서두르지 말자 숨 넘어갈 듯 올라온 길 뒤돌아보며 급급한 세월 한소끔 만 쉬었다 가자 한 걸음 멈춰서는 구비마다 고달픈 한숨 소리 되돌아간다. 2009.01.02 한계령을 넘으며 (시 1에서 옮겨옴) 花雲의 詩/화운의 여행詩 2009.01.12
겨울이 머무는 파로호 겨울이 머무는 파로호 바람아 조용히 하여라 화악산 능선자락에 햇살 한줌 떨구고 돌아서는 저녁 산기슭 그늘진 오두막에 잔기침 소리 들리지 않느냐 네가 움직이면 날 세운 북녘바람 물살을 벼린다 바람아 조용히 들어라 깊은 물속에 제 몸 숨기고 귀엣말로 전하는 그리움 발 시리도록 거닐다 마주하는 곳 푸른 수면 쓸고 가는 은밀한 파문만이 가슴으로 들어와 안긴다 바람아 조용히 보아라 늘어뜨린 가지마다 피어있는 눈꽃 슬그머니 건드리기만 해도 맑은 물에 몸을 던져 이내 그림자도 볼 수 없으니 조용히 하여라 냉랭하게 식어진 가슴에 군불 지펴놓고 밤새도록 기다림으로 새살 돋우듯 그렇게 잠잠히 바라만 보자 적막한 고요 속 찬 공기 몰아쉬고 오는 겨울이 내내 쉬어갈 수 있도록…… 2009.01.02 화천 파로호에서 (시 1에.. 花雲의 詩/화운의 여행詩 2009.01.06
서울 夜景 서울 夜景 하늘의 별들 모두 쏟아져 한양 벌 마당에 내려와 앉았구나 강둑 옆에 줄지어 깜박거리다 왕궁 터 앞으로 횃불 들고 모였느냐 땅은 고요히 잠들어 가고 달그림자 따라 쫓기던 발길 지붕 밑에 다리 펴고 쉬어갈 수 있도록 문틈으로 숨어드는 어둠 쫓아내 창문마다 심지 돋우어라 지친 영혼 찾아 드는 안식처마다 근심 걱정 덜어 줄 불 밝히자꾸나 먼 땅 끝을 돌아온 밤의 수호자 집집마다 등불 받쳐 들고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발걸음 밤 깊도록 기다리고 있으니...... 2008. 남산 서울 타워에서 (시 1에서 옮겨옴) 花雲의 詩/화운의 여행詩 2008.12.25
하늘 위에서 하늘 위에서 사람이 사는 하늘보다 더 높은 하늘에서 찾아오는 새벽은 깊은 잠보다 더 푸른빛을 붉은 색으로 묻혀낸다 구름 아래 사람들은 그 때까지도 밤인 줄로만 안다 새빨갛게 타오르는 동쪽 하늘을 붉은 띠로 꽁꽁 묶어 놓고서 그 때까지도 밤이라 한다 아직도 칠흑 같은 어둠 아래서 괴로워하는 이 천지를 밝히려는 그 아름다운 진통을 알기나 하는가 땅 위에 사는 이는 아무 것도 모른 채 무거운 고뇌 속에서 침묵하는데 엄청난 광명이 쏟아지는 길목에서 나의 사람아 우리 실컷 울자 그리고 사랑하자 1999.08.10 태평양 상공에서 (시 1에서 옮겨옴) 花雲의 詩/화운의 여행詩 2008.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