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정원사 나무야! 남편이 나긋이 아내를 부른다 항상 그 자리에 있으면서 철따라 고운 잎 드리우라 하고 마른 날 불벼락 떨어지거나 청청한 오후 소낙비 쏟아지더라도 미소 지어야 하고 울음을 참아야 한다 어지러운 일상에 지쳐 비틀거려도 거친 세파에 쉬이 꺾이지 않기를 바란다 목마를 때마다 다디단 열매를 기대하며 언제라도 늘 푸른 그늘에서 편히 쉬고 싶어 하는 욕심꾸러기 정원사 그 앞에서 나무는 하루를 천년같이 어질고 지혜로운 수행자로 서있어야 한다 2012.11.05 시집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