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詩/화운의 詩 5 100

아들의 걸음/ 1

아들의 걸음 유난히 더디게 자라서 웬만큼 키가 커도 온전히 서질 못하고 첫돌을 한참 넘기고서야 위태로운 걸음마를 떼던 아이 몸이 가볍다 보니 다리까지 휘청거려 넘어지기 일쑤 깡총거릴 만큼 되어서도 아이는 늘 여러 개의 구멍을 무릎에 달고 다녔다 가슴에 뚫리는 커다란 구멍으로 볼 때마다 구불거리는 비탈길에서 제 몸 지탱하지 못할까 아슬아슬한 마음이었는데 어느덧 장성하여 반려자를 맞이한다 하니 지켜보기 애처로운 저 걸음 연약하더라도 또 다른 두 발을 보태면 먼 길 걸어가기 절로 힘이 나려나 2013.09.03 시집 게재

풀과의 전쟁

풀과의 전쟁 우리 밭은 산비탈에 있는 자갈밭이다 자갈도 많지만 잡초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손목 아리도록 김을 매도 평화는 단지 며칠 뿐 사흘 뒤면 새파란 졸개들이 창검을 겨누고 대열을 선다 나의 동산이 무참히 짓밟히게 둘 수 없어서 사흘들이 그들과 한여름 대전을 벌인다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서로 지지 않으려는 싸움은 어스름 해질 때까지 계속되다가 적을 분간할 수 없을 즈음 휴전하기로 한다 미처 소탕하지 못한 잔재들은 다음 날 전멸시키기로 하고 일단 철수하지만 좀체 수그러들지 않는 장기전이 지겹긴 해도 알량한 자존심을 꼬집는 사람에 비할까 시퍼렇게 속이 문드러지는 신경전보다야 끈기로 정복하고 마는 풀과의 전쟁이 차라리 더 낫다 2013.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