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
점 꽃다운 나이에 명문대가집으로 시집 간 아씨는 대 이을 자손이 없어 남모를 한숨 열두 치마폭에 두르고 깊은 산사를 찾아 치성 드리는 데 꽃 같은 세월을 보냈다 그 지극한 정성이 하늘에 닿았는지 뒷산 뻐꾸기 구슬피 울던 봄날이 지나고 높은 가지 휘어지도록 열린 풋감이 익어갈 무렵 아씨의 몸에서도 새싹 하나 돋기 시작했다 양지바른 처마 밑에 매달아놓은 붉은 땡감이 쪼글쪼글 말라가며 단꿀을 품을 때 부풀어가는 몸속으로 포근한 겨울이 소리 없이 지나갔다 천지사방 진달래 열꽃이 폭폭 터지던 봄날 종가댁 안채에선 우렁찬 사내 아이 울음소리 터져 나오고 기다리던 종손을 보게 된 기쁨이 온 집안에 넘쳤다 보기 드물게 용모준수한 아기는 무럭무럭 자라고 하늘에서 축복이라도 내려주듯 소록소록 함박눈 쌓이던 그 해 겨울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