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호수
잔잔한 물이었던 바닥이
단단한 유리가슴이 되었다
배를 타고 건너야 했던 길을
걸어서도 갈 수 있게 되었다
숱한 목숨 살리느라
사철 내내 자애로운 품
속없이 아파서 찾아가면
아무도 모르게 울어주었다
빗물 쏟아지면 대신 젖어들고
바람 쓸고 가면 물결 일어도
봄을 껴안고 여름을 달래며
가을을 보내고 언 가슴이 되었다
한겨울 길고 긴 기도 끝나고
얼음장 밑으로 물빛소리 들리면
찢어진 가슴 어루만지며
여전히 넉넉한 품 다시 내어준다
2022.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