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詩/화운의 詩 9

겨울 호수

花雲(화운) 2022. 1. 18. 09:55

겨울 호수

 

 

잔잔한 물이었던 바닥이

단단한 유리가슴이 되었다

 

배를 타고 건너야 했던 길을

걸어서도 갈 수 있게 되었다

 

숱한 목숨 살리느라

사철 내내 자애로운 품

 

속없이 아파서 찾아가면 

아무도 모르게 울어주었다

 

빗물 쏟아지면 대신 젖어들고

바람 쓸고 가면 물결 일어도

 

봄을 껴안고 여름을 달래며

가을을 보내고 언 가슴이 되었다

 

한겨울 길고 긴 기도 끝나고

얼음장 밑으로 물빛소리 들리면

 

찢어진 가슴 어루만지며

여전히 넉넉한 품 다시 내어준다

 

 

2022.01.18.

 

'花雲의 詩 > 화운의 詩 9'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단풍잎 위에 앉아  (0) 2022.02.04
바람이 하는 말  (0) 2022.02.04
여든이 되어도  (0) 2022.01.10
당신의 정원  (0) 2022.01.02
날마다 뜨는 태양  (0) 2022.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