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낀 향일암
안개 자욱한 벼랑 끝 암자에서는
출렁이는 바다도 보이지 않았다
깊고 푸른 물 가운데에서
뜨겁게 솟아오르는
붉은 해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무겁게 내리누르는 우울한 그림자
허공을 날아가는 빛마저 가두어버린다
가늘고 여린 가지 휘감는 푸른 잎새 아래
새빨간 동백꽃잎 기약 없이 떨어뜨려버리고
육중한 바위 틈새 끼어 수심에 쌓였는데
하늘 아래 들리는 건 철썩 이는 파도 소리뿐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나무 꼭대기에 앉아
길 잃어 떠나가지 못하는 젖어버린 날개여!
2009.03.13
(시 1에서 옮겨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