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이 머무는 파로호
바람아 조용히 하여라
화악산 능선자락에
햇살 한줌 떨구고 돌아서는 저녁
산기슭 그늘진 오두막에
잔기침 소리 들리지 않느냐
네가 움직이면
날 세운 북녘바람 물살을 벼린다
바람아 조용히 들어라
깊은 물속에
제 몸 숨기고 귀엣말로 전하는 그리움
발 시리도록 거닐다 마주하는 곳
푸른 수면 쓸고 가는 은밀한 파문만이
가슴으로 들어와 안긴다
바람아 조용히 보아라
늘어뜨린 가지마다 피어있는 눈꽃
슬그머니 건드리기만 해도
맑은 물에 몸을 던져
이내 그림자도 볼 수 없으니
조용히 하여라
냉랭하게 식어진 가슴에 군불 지펴놓고
밤새도록 기다림으로 새살 돋우듯
그렇게 잠잠히 바라만 보자
적막한 고요 속
찬 공기 몰아쉬고 오는 겨울이
내내 쉬어갈 수 있도록……
2009.01.02
화천 파로호에서 (시 1에서 옮겨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