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詩/화운의 여행詩

겨울이 머무는 파로호

花雲(화운) 2009. 1. 6. 23:31
 

겨울이 머무는 파로호

 

 

 바람아 조용히 하여라

 화악산 능선자락에

햇살 한줌 떨구고 돌아서는 저녁

산기슭 그늘진 오두막에

잔기침 소리 들리지 않느냐

네가 움직이면

날 세운 북녘바람 물살을 벼린다

 

바람아 조용히 들어라

 깊은 물속에

제 몸 숨기고 귀엣말로 전하는 그리움

발 시리도록 거닐다 마주하는 곳

푸른 수면 쓸고 가는 은밀한 파문만이

가슴으로 들어와 안긴다

 

바람아 조용히 보아라

늘어뜨린 가지마다 피어있는 눈꽃

슬그머니 건드리기만 해도

맑은 물에 몸을 던져

이내 그림자도 볼 수 없으니

 

조용히 하여라

냉랭하게 식어진 가슴에 군불 지펴놓고

밤새도록 기다림으로 새살 돋우듯

그렇게 잠잠히 바라만 보자

 

적막한 고요 속

찬 공기 몰아쉬고 오는 겨울이

내내 쉬어갈 수 있도록……

 

 

2009.01.02  

화천 파로호에서 (시 1에서 옮겨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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