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게의 달인
- ‘생활의 달인’ 중에서
새벽시장 문 열리기 전
점포마다 물건을 배달해주는 지게꾼
거친 숨 몰아쉬며 어두운 시장통로 달릴 때
짓누르던 등짐 떨구는 소리만이 정적을 깬다
보따리 한 짐 옮겨주는데 이천 원
전신을 휘감고 타오르는 열기에
음료수 하나 빼먹으려 해도 짐삯 반값이라
가슴 여 드는 갈증을 정수기 냉수로 채운다
짐을 지고 달리는 걸음이 어찌 부끄러우랴
일찍이 상경해서 할 줄 아는 게 지게지는 일
멋모르고 시작한 일이 입에 풀칠하게 해주니
수십 년 계속하다 기발한 요령도 생겼는데
많이 버는 날은 탈 없이 버텨준 몸에게 고맙고
적게 벌었어도 떳떳함으로 뿌듯해지는 하루
맨몸으로 고달픈 인생 거뜬히 살아냈음을
세상에 당당히 고할 수 있는 달인이 되었다
2012.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