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詩/화운의 詩 5

지게의 달인

花雲(화운) 2012. 7. 22. 05:18

지게의 달인

- ‘생활의 달인’ 중에서

 

 

새벽시장 문 열리기 전

점포마다 물건을 배달해주는 지게꾼

거친 숨 몰아쉬며 어두운 시장통로 달릴 때

짓누르던 등짐 떨구는 소리만이 정적을 깬다

 

보따리 한 짐 옮겨주는데 이천 원

전신을 휘감고 타오르는 열기에

음료수 하나 빼먹으려 해도 짐삯 반값이라

가슴 여 드는 갈증을 정수기 냉수로 채운다

 

짐을 지고 달리는 걸음이 어찌 부끄러우랴

일찍이 상경해서 할 줄 아는 게 지게지는 일

멋모르고 시작한 일이 입에 풀칠하게 해주니

수십 년 계속하다 기발한 요령도 생겼는데

 

많이 버는 날은 탈 없이 버텨준 몸에게 고맙고

적게 벌었어도 떳떳함으로 뿌듯해지는 하루

맨몸으로 고달픈 인생 거뜬히 살아냈음을

세상에 당당히 고할 수 있는 달인이 되었다

 

 

2012.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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