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결점
무결점 명절이라 지짐이를 하려고 오래 된 녹두를 물에 담갔다 하루가 지나도 딱딱하기만 한 알갱이 하루 더 기다려 껍질을 벗기려 했지만 묵은 옷 벗기기가 수월치 않다 비벼대고 문지르며 걸러내기를 수십 차례 한나절을 골라내도 잡티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 저녁나절이 되어서야 뽀얀 색깔 드러내며 조금씩 보여주는 해말간 얼굴 그래도 여기저기 눈에 띄는 얼룩이 보기 싫어서 그릇 통째로 붙잡고 색출해내어도 그 수고를 비웃는 듯 여전히 그대로이다 끝없이 추방시켜도 어디에 숨었다 튀어나오는지 아무리 다스려도 끝이 없는 마음의 수행처럼 돌아보고 후회하고 버려도 남아있는 찌꺼기 살아갈수록 오점 없는 생애란 멀기만 하다 2012.0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