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뚜라미가 새에게/ 이동순 귀뚜라미가 새에게/ 이동순 그대는 충동으로 우는 어린 아기 자연은 그대를 통해서만 무언가를 말하려 하지 하지만 나에게도 슬기가 있고 불어오는 서늘바람 따위는 내게 아랑 곳 없어 나는 지금 섬돌 밑에서 자장가를 부르고 입추의 바람결 위에 영원의 노래를 띄운다네 내가 엎드린 풀.. 花雲의 배움터/詩와의 동행 2009.11.27
알게 될 때쯤/ 이정하 알게 될 때쯤/ 이정하 사랑은 추상형이어서 내 가지고 있는 물감으로는 그릴 수가 없었네. 수년이 지나 사랑에 대해 희미하게 눈뜰 때 그때서야 알 수 있었네. 사랑은, 물감으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마음으로 그리는 것. 언제나 늦었네. 인생이란 이렇구나 깨닫게 되었을 때 남은 .. 花雲의 배움터/詩와의 동행 2009.11.27
간격/ 안도현 간격/ 안도현 숲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을 때는 몰랐다 나무와 나무가 모여 어깨와 어깨를 대고 숲을 이루는 줄 알았다 나무와 나무 사이 넓거나 좁은 간격이 있다는 걸 생각하지 못했다 벌어질 대로 최대한 벌어진 한데 붙으면 도저히 안 되는, 기어이 떨어져 서 있어야하는, 나무와 나무 .. 花雲의 배움터/詩와의 동행 2009.11.27
내 안의 의자/ 윤보영 내 안의 의자/ 윤보영 빈 의자는 누가 와서 앉아야 제 몫을 하지만 내 안의 의자는 비어 있는 그대로가 역할이야 언젠가 와서 앉을 그대를 위해 쓸고 닦고 매만지며 기다리는 마음 이게 내 의자거든. 花雲의 배움터/詩와의 동행 2009.11.27
내 마음에 심은 나무 한 그루/ 이효녕 내 마음에 심은 나무 한 그루/ 이효녕 내 마음 빈터에서 자란 나무마다 그대의 편지를 부치는 바람이 놀고 있다 나무의 잎새 위로 금빛 햇살이 머물러 낙엽 위에다 편지를 쓰고 있다 언 듯 스치는 하얀 구름들 잎새에 떨어진 아침 이슬방울 내 뼈와 흩어진 바람 사이로 가지는 가지끼리 모.. 花雲의 배움터/詩와의 동행 2009.11.27
울음이 타는 강/ 박재삼 울음이 타는 가을 강/ 박재삼 마음도 한 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겄네 저것 봐, 저것 봐, 네보담도 .. 花雲의 배움터/詩와의 동행 2009.11.27
사랑도 살아가는 일인데/ 도종환 사랑도 살아가는 일인데/ 도종환 꽃들은 향기 하나로 먼 곳까지 사랑을 전하고 새들은 아름다움 소리 지어 하늘 건너 사랑을 알리는데 제 사랑은 줄이 끊긴 악기처럼 소리가 없습니다 나무는 근처의 새들을 제 몸 속에 살게 하고 숲은 그 그늘에 어둠이 무서운 짐승들을 살게 하는데 제 .. 花雲의 배움터/詩와의 동행 2009.11.18
그릇/ 오세영 그릇/ 오세영 깨진 그릇은 칼날이 된다. 절제와 균형의 중심에서 빗나간 힘. 부서진 원은 모를 세우고 이성의 차가운 눈을 드게 한다. 맹목의 사랑을 노리는 사금파리여. 지금 나는 맨발이다. 베어지기를 기다리는 살이다. 상처 깊숙이서 성숙하는 혼 깨진 그릇은 칼날이 된다. 무엇이나 .. 花雲의 배움터/詩와의 동행 2009.11.17
깊은 물/ 도종환 깊은 물/ 도종환 물이 깊어야 큰 배가 뜬다 얕은 물에는 술잔 하나 뜨지 못한다. 이 저녁 가슴엔 종이배 하나라도 뜨는가 돌아오는 길에도 시간의 물살에 쫓기는 그대는 얕은 물은 잔돌만 만나도 소란스러운데 큰물은 기어서 소리가 없다. 그대 오늘은 또 얼마나 소리치며 흘러갔든가 굽.. 花雲의 배움터/詩와의 동행 2009.11.17
우문유희/ 서정윤 우문유희(愚問遊戱)/ 서정윤 어느날 밤 하늘을 보면 사람 사는 삶이 무에 그리 다를 게 있어 나와 남으로 나누어지고 나중 사람들로 남아야 하나? 어차피 빌려입은 낙엽처럼 맨몸 시린 땅속에서 다시 얼굴 부빌 우리들끼리 함께 하늘을 보면 나로 인해 고통스러운 네가 별로 웃고 있는데,.. 花雲의 배움터/詩와의 동행 2009.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