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세월 앞에서/ 조영찬 천년 세월 앞에서/ 조영찬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내색 한 번 못한 채 천년세월 묵묵히 그 자리인데 반백년 넘나든 애송이 산으로 갈까 바다로 갈까 갈대밭의 바람이었구나. 이젠, 마음의 눈 뜰 때까지 네가 떠 안은 하늘마저 비켜보련다. 花雲의 배움터/詩와의 동행 2009.10.21
일곱 주발의 차 노래 일곱 주발의 차 노래 첫째 주발에 마른 창자가 깨끗이 씻겨지고 둘째 주발에 상쾌한 정신이 신선이 되려하고 셋째 주발에 병골(病骨)에서 깨어나고 두통이 말끔히 나은 듯하며 넷째 주발에 웅장하고 호방한 기개가 피어나고 근심과 울분이 사라진다. 다섯째 주발에 색마(色魔)가 놀라서 .. 花雲의 배움터/詩와의 동행 2009.10.21
노트에 쓴 가을/ 윤영석 노트에 쓴 가을/ 坡貞 윤영석 가을이 오는 거라면 무심코 바라보는 허공으로 눈물 날 것 같은 하늘이게 하소서 가을이 오는 거라면 설익은 희망을 포동포동 살찌워 즐거이 캐 담고 따 담는 알곡이게 하소서 가을이 오는 거라면 일출과 일몰에서 맘껏 만선을 건져 올려 즈런즈런한 어머니 .. 花雲의 배움터/詩와의 동행 2009.09.30
가을을 향하여/ 성복춘 가을의 향기/ 성복춘 이녁은 아주 멀리 손 저어 나앉았고 샛붉은 목백일홍 엊그제 같았으나 더위도 한물을 지나 참담한 신세렸다. 백문동 차디찬 꽃 저리도 태연하고 고개를 꼬나들고 능수화 웃어쌋는 그 아래 내 속뜻일랑 어디 누가 기려주랴 -시조집 '내 안 뜨거워'에서- * 경주 상주 출.. 花雲의 배움터/詩와의 동행 2009.09.25
가을 햇볕/ 김경자 가을 햇볕/ 蘭香 김경자 고운 체로 걸러낸 태양의 작은 날개들이 사는 세상 해바라기 꽃을 피우던 정념은 세월 속에 접혔다 갈대의 유순한 몸짓 보드라운 살결에 닿길 바라는 날 잠자리의 한가로운 자맥질을 보아라 푸른 창공에서 빚어진 보이지 않는 소슬함의 파문 갈바람으로 헹궈지는.. 花雲의 배움터/詩와의 동행 2009.09.21
취운정 마담/ 김원길 취운정 마담/ 김원길 굳이 어느 새벽 꿈 속에서나마 나 만난 듯하다는 그대 내 열 번 전생의 어느 가을볕 잔잔한 한나절을 각간 유신의 집 마당귀에 엎드려 여물 씹는 소였을 적에 등허리에 살짝 앉았다 떠난 까치였기나 하오. 참 그날 쪽같이 푸르던 하늘 빛이라니 * 꼭 이맘 때, 안동 임.. 花雲의 배움터/詩와의 동행 2009.09.18
9월/ 정기모 9월/ 정기모 오, 누가 저 길목마다 아직 물기 가득한 문을 열었는가 급하게 띄어 든 철부지 노란 한 잎 어쩌겠는가 치마폭 다 열어 받아 안아야 하는데 바람의 말을 따라 파랗게, 붉게 노랗게 흔들려 웃다가 다시 한 무리가 될 저 반란들 마음의 문 닫아걸면 저 몹쓸 풍경에서 벗어날까 지.. 花雲의 배움터/詩와의 동행 2009.08.30
꽃의 이유/ 마종기 꽃의 이유/ 마종기 꽃이 피는 이유를 전에는 몰랐다. 꽃이 필 적마다 꽃나무 전체가 작게 떠는 것도 몰랐다. 꽃이 지는 이유도 전에는 몰랐다. 꽃이 질 적마다 나무 주위에는 잠에서 깨어나는 물 젖은 바람소리 사랑해본 적이 있는가. 누가 물어보면 어쩔까. 花雲의 배움터/詩와의 동행 2009.07.30
오늘 있음으로/ 정점숙 오늘 있음으로/ 霓 園 정점숙 뜬 구름 잡으려 마음 띄운다 해도 촉촉이 젖어오는 그리움만 하랴 수없이 뜨고 지는 해와 달 속에 오늘 있음으로 나 또한 여기에 있다 어제와 내일 사이 오늘 지나쳐 스미는 오늘 사연 어찌 있으려나 스치고 지나는 인연이기에 피고 지는 꽃 중에 나는 나를 .. 花雲의 배움터/詩와의 동행 2009.07.29
4계가 말하는 것/ 신동훈 4계(四季)가 말하는 것/ 신동훈 봄 흰 바람과 허무의 벼랑을 건너 마침내 생의 진실을 깨달은 나무들이 긴 침묵을 열고 온 천지 간에 꽃등촉을 켜기 시작한다 여름 생을 어찌 법열로 취한듯만 살겠나 산다는 건 소나무 등껍질의 거친 감촉을 만지는 것 남은 일은 청보리밭 바람 파도처럼 .. 花雲의 배움터/詩와의 동행 2009.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