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항(魚缸)
김교태
어항에 잡히는 물고기가
늘 궁금했었다.
들어온 곳으로 나가면 되는 데
왜 그러지 못했는지!
아마 물고기는
다른 세상으로 들어 온 것이리라!
내가 광대 무비한 우주에서
이 작은 지구로 들어온 것처럼
물고기 그도 드넓은 바다에서
이 좁은 어항으로 들어 온 것이리라!
내가 산목숨으로
떠나온 우주로 돌아갈 수 없듯이
그도 산목숨으로는
바다로 돌아갈 수 없었나 보다!
팔딱거리는 그나
헉헉거리는 나나
몇 번의 다른 세상을 더 거쳐야
남은 업장(業障)을 털고 한 곳에 정착할 수 있으려나!
산화가(散華(歌)
제 몸이 시나브로 허물어져 가는
소리를 듣는 것이
노복(老僕)의
노비 문서를 태우는 마음 같았으면
좋겠다.
바깥세상을 마당 안으로 들이는
돌담 허물어지는 소리가
아름답듯
하루하루
골육(骨肉)이 자유로워지는
소리를 듣는 것이
정든 카나리아의
새장을 열어주는 마음 같았으면 좋겠다.
'花雲의 배움터 > 詩와의 동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월 단상(斷想)/ 이제우 (0) | 2019.01.02 |
---|---|
야생화/ 전선용 (0) | 2016.03.23 |
물詩의 집에서/김혜숙 (0) | 2015.07.09 |
[스크랩] 그럴 수 있다면 (0) | 2015.04.15 |
詩映山房/전선용 (0) | 2014.12.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