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계(四季)가 말하는 것/ 신동훈
봄 흰 바람과 허무의 벼랑을 건너 마침내 생의 진실을 깨달은 나무들이 긴 침묵을 열고 온 천지 간에 꽃등촉을 켜기 시작한다
여름 생을 어찌 법열로 취한듯만 살겠나 산다는 건 소나무 등껍질의 거친 감촉을 만지는 것 남은 일은 청보리밭 바람 파도처럼 쏴~ 평등하게 불어가고 더불어 흔들리며 돌아가는 일 수행자가 돌아와 시장 인파 속에 머무는 까닭 아닌가
가을 시장 한 켠에 돌절구처럼 비스듬히 앉았으니 어지러운 세상사 모두 비우고 고요히 선정(禪定)에 드는 것 깊은 산 외딴 산모롱이 길을 가는 돌 중 같아라 보리수 아래 열흘이 지나도록 일어나지 않고 명상에 들던 그 노인의 심경은 어떠했을까
겨울 진실의 문은 꽝꽝 얼어 언제나 보이지 않는 것 마음의 눈을 떠 내달리며 지르는 얼음 강물의 투명한 웃음소리와 지,따,징, 천지 간 울려 퍼지는 쇠북(鐘)소리를 들어야 하지 않겠나
온 천지는 수만년이 넘도록 이 땅에 계절이란 사제(司祭)를 내보내어 나고 죽는 무상한 이치를 말하고 있다 강물은 그 감동으로 소리지르며 벌판을 내달리고 정죄(淨罪)와 기도의 시간은 실로 얼마 남지 않았는데, 나는 무슨 귀신에 홀린 수캐처럼 이러히 헐떡대며 살아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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