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順理 자연의 順理 물이 낮은 곳으로 흘러가듯이 나보다 남을 낫게 여기고 구름이 바람 따라 밀려가듯이 지나간 것을 그리워하고 바닷물이 수증기로 올라가듯이 무거운 짐은 홀가분히 벗어버리고 하늘의 빗물이 쏟아지듯이 때때로 슬퍼서 울기도 하지만 이 세상 어는 것 하나 자연 아닌 것이 없으니 결국엔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 人生이다 생명이 영원하지 않으니 잠시 빌려 사는 세상 아프게 떠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2021,07.08 花雲의 詩/화운의 詩 9 2021.07.11
들꽃 들꽃 길 가에 홀로 핀 들꽃 누가 그를 외롭다 하나? 하늘에 흰 구름 모이면 때에 따라 단비 내려주고 실바람 풀숲을 흔들면 어디선가 꽃향기 날아오는데... 밤마다 총총 별이 뜨면 길 따라 흐르는 달빛 아늑해 아침저녁 새들 노래 부르면 시시로 벌나비들 찾아오는데... 누가 그를 외롭다 하나? 외롭다 하니 외로워진다 2021.07.07 花雲의 詩/화운의 詩 9 2021.07.09
못난 사랑/<상사화> 못난 사랑 마주 보고 웃고 마주 앉아서 먹고 손잡고 함께 걸으면 다 알 수 있을까? 안다는 신념으로 의심 없이 바라보면 보여주지 않는 속내까지 다 알 수 있을까? 다 알게 되면 지옥에 떨어질 수도 있어 차라리 믿고 싶은 대로 눈 감고 사는 게 낫다면... 다 알 수는 없지만 알아도 모르는 척 보이는 대로 믿으면서 못난 사랑으로 산다 2021.07.07. "얼마나 알고 있나?" 어느 드라마 속의 대화 * 시집 게재 花雲의 詩/화운의 詩 9 2021.07.07
타임머신 타고 떠나다 타임머신 타고 떠나다 20여년 만에 놀이동산에 갔다 두 아이 조막손 꼭 붙잡고 출렁대는 놀이기구 찾아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뱅뱅 돌았는데 시곗바늘도 헬 수없이 돌고 돌아 어른이 된 아이 손에 이끌려 걷는다 우리 아이들이 깡총거리던 그 길로 천천히 다시 돌고 있지만 이미 마음은 오래 전 그때로 돌아가 있다 하나 아니면 둘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엄마들 틈에 꽃다운 시절의 내가 보이고 아기판다보다 더 귀여운 우리 애들이 뛰놀고 있다 장미꽃 살랑대는 하늘 아래 과거를 추억하는 눈길 속에 시간은 거꾸로 돌아가고 있었다 2021.06.17 에버랜드에서 花雲의 詩/화운의 詩 9 2021.06.21
장미꽃 앞에서 장미꽃 앞에서 견줄 없는 향기와 자태로 유월의 하늘을 장식하고 있다 폭발하는 미소 앞에서 사람들은 순간을 기록하기에 여념이 없는데 청춘남녀 할 것 없이 너도나도 절세미인의 힘을 빌린다 누가 더 고운지 비교할 수 없이 함께 있으면 향기에 녹아들지만 눈부시게 매혹적인 모습 앞에 주름진 얼굴로 서기가 민망스럽다 생기 잃어 비틀거리는 몸짓으로 아리따움 옆에 서기가 욕스럽다 2021.06.17 에버랜드 장미동산에서 花雲의 詩/화운의 詩 9 2021.06.21
징검다리 ★ 징검다리 비가 많이 내리면 개울물에 잠겨버리는 징검다리 아이야! 징검다리 건너기가 무섭니? 비가 그치면 바윗돌이 드러나는 그때 조심스레 밟고 건너면 되지 않겠니? 바닥이 젖어 미끄러우면 햇볕에 마를 때까지 기다렸다 가면 되지 않겠니? 중심을 잃어 넘어지면 물에 빠질 수도 있지만 그게 겁이 나서 돌아선다면 가고자 하는 길을 가지 못하잖니? 아이야! 여전히 징검다리가 무섭니? 검은 물살은 보지 말고 멀리 보고 건너뛰면 되지 않겠니? 2021.06.05 * 137회 花雲의 詩/화운의 詩 9 2021.06.05
길을 달리며 길을 달리며 오랜만에 고속도로를 달린다 천천히 달리면 핸들을 서서히 돌려도 되지만 빠르게 달리면 조금씩 재빠르게 돌려야 한다 앞에서 느리게 가는 차가 있으면 차선을 넘어 추월하기도 하고 뒤에서 바짝 따라붙는 차가 있으면 옆으로 빠져 양보하기도 한다 속도를 내야 하는 고속도로에서는 매순간이 곡예를 하듯 아슬아슬한데 하루 스물 네 시간 일 년 삼백 육십 오 일 백세를 바라보며 살면서 언제나 바쁘게 동동거리는 삶 은혜로운 오월의 하늘 아래 녹음 짙어가는 산허리를 지나며 그동안 숨 가쁘게 달려온 인생 한가로운 구름 끝자락에 걸어두고 이젠 다시 오지 못할 길 빨리 가야 할 일도 없으니 서둘지 말고 쉬엄쉬엄 놀다 가고 싶다 2021.05.25 花雲의 詩/화운의 詩 9 2021.05.30
바람 우는 밤 바람 우는 밤 검은 비가 몰려올 듯 나무가 흔들리며 전깃줄이 신음소리를 낸다 들판을 구르다 산꼭대기로 솟구쳐 지평선을 달리자니 길이 멀어 울고 갈 길 몰라 운다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고 어디로 가는지도 몰라서 뼈가 갈리도록 외로움에 부딪는 소리 보이지 않는 길이 두려워 이 산 저 산 헤매며 돌개바람으로 맴돌다가 입 틀어막고 목울음을 참는다 굳게 잠긴 어둠이 풀리면 아무 일 아니라는 듯 새아침이 고요해지기를 바라며... 2021.05.12 花雲의 詩/화운의 詩 9 2021.05.24
새싹이 하는 말 새싹이 하는 말 흙을 뚫고 나와 첫 하늘을 바라보며 하는 말 사랑합니다! 사랑을 받아주세요! 언제나 사랑할 거예요! 다음 잎이 솟아나오면 첫정은 잊어버리고 말겠지만 살아가는 일이죠! 참고 견뎌낼 거예요! 꿈은 이루어질 테니까요! 세월 따라 허겁지겁 몸 따로 마음 따로 흘러갔을 때 생의 끝은 어디일까요? 무엇이 남아있게 될까요? 씨앗 속에 가득한 사랑뿐일까요? 2021.05.19. * 2022.05. 우리시 花雲의 詩/화운의 詩 9 2021.05.20
살다 보니 살다 보니 살다보니 이런 날도 있구나 울어도 안 되고 땅바닥에 굴러도 안 되는 것 있더니 참았던 눈물 흘러내리듯 사흘 내리 궂은비 쏟아지고 난 후 무섭게 솟아나던 풀뿌리가 무슨 일인지 쉽사리도 뽑히는구나 뙤약볕에 까무러칠 때까지 뽑아내고 뽑아내도 때마다 손을 괴롭게 하더니 오늘은 신통하게 저절로 뽑히는구나 정말 다행이다 어린잎을 당기기만 해도 술술 뽑히니 세상사 술술 풀리는 날도 오겠구나 살다 보니 속 시원한 날도 오는구나 2021.05.14 花雲의 詩/화운의 詩 9 2021.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