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니
살다보니 이런 날도 있구나
울어도 안 되고
땅바닥에 굴러도 안 되는 것 있더니
참았던 눈물 흘러내리듯
사흘 내리 궂은비 쏟아지고 난 후
무섭게 솟아나던 풀뿌리가
무슨 일인지 쉽사리도 뽑히는구나
뙤약볕에 까무러칠 때까지
뽑아내고 뽑아내도
때마다 손을 괴롭게 하더니
오늘은 신통하게 저절로 뽑히는구나
정말 다행이다
어린잎을 당기기만 해도 술술 뽑히니
세상사 술술 풀리는 날도 오겠구나
살다 보니 속 시원한 날도 오는구나
2021.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