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 / 조지훈 (1920 ~ 1968 경북 영양)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네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우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에 황촉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올린 외씨보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 빛에 모도우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속 거룩한 합장이냥 하고
이밤사 귀또리도 지새는 삼경인데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네라.
[‘문장’에 ‘고풍의 상’으로 등단 193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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