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배움터/명시선집 1

전라도 길 / 한하운

花雲(화운) 2012. 9. 27. 05:28


전라도 길 / 한하운

-소록도 가는 길에

 


가도 가도 붉은 황톳길

숨막히는 더위뿐이더라

 

낯선 친구 만나면

우리들 문둥이끼리 반갑다.

 

천안 삼거리를 지나도

쑤세미 같은 해는 서산에 남는데

 

가도가도 붉은 황톳길

숨막히는 더위 속으로 쩔름거리며

가는 길.

 

신을 벗으면

버드나무 밑에서 지까다비를 벗으면

발가락이 또 한 개 없다.

 

앞으로 남은 두 개의 발가락이 잘릴 때까지

가도 가도 천 리길,

먼 전라도 길.

 

[정음사 ‘한하운 시초’ 194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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