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 구 상 오늘 / 구 상(1919 ~ 2004 함남 문천) 오늘도 신비의 샘인 하루를 맞는다 이 하루는 저 강물의 한 방울이 어느 산골짝 옹달샘에 이어져 있고 아득한 푸른 바다에 이어져 있듯 과거와 미래와 현재가 하나다 이렇듯 나의 오늘은 영원 속에 이어져 바로 시방 나는 그 영원을 살고 있다 그래서 나.. 花雲의 배움터/명시선집 1 2012.09.10
고향 앞에서 / 오장환 고향 앞에서 / 오장환 (1918 ~ 1951 충북 보은) 흙이 풀리는 내음새 강바람은 산짐승의 우는 소릴 불러 다 녹지 않은 얼음장 울먹울먹 떠내려간다 진종일 나룻가에 서성거리다 행인의 손을 쥐면 따듯하리라. 고향 가차운 주막에 들러 누구와 함께 지난날의 꿈을 이야기 하랴. 양귀비 끓여다 .. 花雲의 배움터/명시선집 1 2012.08.14
새 / 박남수 새 / 박남수 (1918 ~ 1994 평양) 1 하늘에 깔아 논 바람의 여울터에서나 속삭이듯 서걱이는 나무의 그늘에서나, 새는 노래한다. 그것이 노래인 줄도 모르면서 두 놈이 부리를 서로의 쭉지에 파묻고 다스한 체온을 나누어 가진다. 2 새는 울어 뜻을 만들지 않고. 지어서 교태로 사랑을 가식하지 .. 花雲의 배움터/명시선집 1 2012.08.11
행복 / 황금찬 행복 / 황금찬 (1918 ~ 강원 속초) 밤이 깊도록 벗할 책이 있고 한 잔의 차를 마실 수 있으면 됐지 그 외에 또 무엇을 바라겠는가 하지만 친구여 시를 이야기 할 수 있는 연인은 있어야 하겠네 마음이 꽃으로 피는 맑은 물소리 승부에 집착하지 말게나 3욕이 지나치면 벗을 울린다네. 花雲의 배움터/명시선집 1 2012.08.04
에피소드 / 조 향 에피소드 / 조 향 (1917 ~ 1984 경남 사천) 열 오른 눈초리, 하잔한 입모습으로 소년은 가만히 총을 겨누었다. 소녀의 손바닥이 나비처럼 총 끝에 와서 사뿐 앉는다. 이윽고 총 끝에선 파아란 연기가 물씬 올랐다. 뚫린 손바닥의 구멍으로 소녀는 바다를 내다보았다. -아이! 어쩜 바다가 이렇게.. 花雲의 배움터/명시선집 1 2012.07.31
자화상 / 윤동주 자화상 / 윤동주 [1917 ~ 1945 북간도 명동촌]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 花雲의 배움터/명시선집 1 2012.07.27
난蘭 / 박목월 난蘭 / 박목월 [1916 ~ 1978 경북 경주] 이쯤에서 그만 하직하고 싶다. 좀 여유가 있는 지금, 양손을 들고 나머지 허락 받은 것을 돌려 보냈으면. 여유 있는 하직은 얼마나 아름다우랴. 한 포기 난을 기르듯 애석하게 버린 것에서 조용히 살아가고, 가지를 뻗고, 그리고 그 섭섭한 뜻이 스스로 .. 花雲의 배움터/명시선집 1 2012.07.21
해 / 박두진 해 / 박두진 [1916 ~ 1998 경기도 안성]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 이글이글 앳된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여, 달밤이 싫여,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여, 아무도 없.. 花雲의 배움터/명시선집 1 2012.07.19
귀촉도歸蜀途 / 서정주 귀촉도歸蜀途 / 서정주 [1915 ~ 2000 전북 고창] 눈물 아롱아롱 피리 불고 가신님의 밟으신 길은 진달래 꽃비 오는 서역 삼만 리. 흰 옷깃 여며 여며 가옵신 님의 다시 오진 못하는 파촉巴蜀 삼만 리. 신이나 삼어줄 걸 슬픈 사연의 올올이 아로새긴 육날 메투리* 은장도 푸른 날로 이냥 베어서.. 花雲의 배움터/명시선집 1 2012.07.13
전라도 가시내 / 이용악 전라도 가시내 / 이용악 [1914 ~ 1971] 알룩조개에 입 맞추며 자랐나 눈이 바다처럼 푸를뿐더러 까무스레한 네 얼굴 가시내야 나는 밭을 얼구며 무쇠다리를 건너온 함경도 사내 바람소리도 호개도 인전 무섭지 않다만 어드운 등불 밑 안개처럼 자욱한 시름을 달게 마시련다만 어디서 흉참한 .. 花雲의 배움터/명시선집 1 2012.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