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배움터/詩와의 동행

메아리/ 마종기

花雲(화운) 2012. 7. 17. 05:37


메아리/ 마종기 (1939 ~)

 


작은 호수가 노래하는 거

너 들어봤니.

피곤한 마음은 그냥 더 잠자게 하고

새벽 숲의 잡풀처럼 귀 기울이면

진한 안개 속에 몸을 숨긴 채

물이 노래하는 거 들어봤니?

긴 피리 소리 같기도 하고

첼로 소리인지 아코디언인지,

멀리서 오는 밝고 얇은 소리에

새벽 안개가 천천히 일어나

잠 깨라고 수면에서 흔들거린다.

아, 안개가 일어나 춤을 춘다.

사람 같은 형상으로 춤을 추면서

안개가 안개를 걷으며 웃는다.

그래서 온 아침이 한꺼번에 일어난다.

우리를 껴안는

눈부신 물의 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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