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詩/화운의 詩 9 70

오월의 아침 ★

오월의 아침 사랑 가득한 오월의 햇살이 뜰 아래 내려와 창문을 두드리네요 어린 잎들 한껏 팔을 벌리고 다정스레 어루만지는 바람결에 꽃길마다 사랑 노래 흘러넘쳐요 새로 태어나는 만물들을 축하하고 대가없이 받은 은혜에 감사하는 오월 둘도 없는 목숨 기르시는 부모님 가치 있게 살아갈 지혜 주시는 스승님 씩씩하게 자라나는 어린이를 축복해요 잊고 있었던 고마움까지 기억나게 하는 따사로운 계절 햇살 춤추는 오월의 아침에 푸르게 펼쳐지는 세상에 눈 맞추며 늘 아름답고 행복하기를 기도해요 2022.05.01. 감사의 계절에 모두 아름답고 행복하소서!!! * 199회

영춘화 피던 날 ★

영춘화 피던 날 2년 전쯤이었다 빛을 두른 너를 만난 건... 꽃샘바람 쓸고 간 자리 한 뼘 어린 가지를 보았다 길게 뻗어가는 줄기 위로 반짝거릴 눈동자 그려보면서 묵은 나뭇잎 걷어내고 품에 안듯 고이고이 심었다 데일 것 같은 햇볕 아래서 언 발 푹푹 빠지는 눈[雪] 속에서 그 작은 뿌리는 굴복하지 않았고 두 번의 겨울 지나 세 번째 바람 불어오는 봄날 꽃바람 속에서 빛나는 눈빛을 보았다 너와의 만남은 의미 없이 스쳐갈 인연이 아니었기에 바위틈에 깊이 뿌리 내리는 걸 언제나 눈 맞추고 샛노란 얼굴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들의 봄날은 더없이 행복할 거다 초롱초롱 맑은 꽃잎에서 별빛 향기 쏟아져 내릴 거니까 2022.04.10. * 200회

희망의 계절 ★

희망의 계절 봄이 오면 키 큰 나무들보다 작은 풀잎들이 먼저 싹을 틔우는 이유 나뭇잎들이 피어나 그 아래에 있는 새싹들에게 햇볕을 가리기 전에 솟아나기 위함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목숨들까지 다시 부활하는 생명의 계절 고통과 시련과 설움을 견뎌내고 위로와 인내와 사랑의 힘으로 우리도 다시 일어나 위대한 봄을 소생시켜 보자! 2022.03.11. * 190회

봄은 사랑을 싣고 ★

봄은 사랑을 싣고 말라버린 낙엽 밑에서 돋아난 어린 새싹은 무엇을 기다리고 있나요? 서두르지도 않지만 돌아보지도 않고 오면 바로 가버리는 시간 야속해도 미워할 수 없는 건 무엇 때문일까요? 아침으로 왔다가 저녁으로 사라지는 하루를 고단하게 쌓아가는 여정에서 혹독한 겨울을 참고 봄이면 다시 돌아와 눈부시게 피어나는 것은 살아있기에 나눌 수 있는 사랑이 있기 때문이지요 2022.03.07. 해마다 봄을 기다리는 것은 다시 사랑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 187회

바람이 하는 말

바람이 하는 말 냉랭한 겨울바람에 이끌려 갈대 서걱거리는 강가로 간다 서로 부비는 마른 잎 사이로 정겹게 수런거리는 소리 가슴활짝 열어 들어보라고 비어있는 줄기 흔들어 말을 걸어온다 이 세상에 홀로 가는 길은 없다고 강물도 바람도 함께 모여 흘러간다고 누구라도 서로에게 동행이 되어 굴곡진 길이라도 기대어 간다고... 어디까지 갈 수 있을 지 알 수 없어도 낯설게 만나 꿈꾸며 가는 길 믿는 마음 의지하여 힘들고 아프더라도 참고 간다고... 2022.02.03. 낯설게 만났어도 기댈 수 있는 것은 참 든든하고 흐믓한 동행이 됩니다.

겨울 호수

겨울 호수 잔잔한 물이었던 바닥이 단단한 유리가슴이 되었다 배를 타고 건너야 했던 길을 걸어서도 갈 수 있게 되었다 숱한 목숨 살리느라 사철 내내 자애로운 품 속없이 아파서 찾아가면 아무도 모르게 울어주었다 빗물 쏟아지면 대신 젖어들고 바람 쓸고 가면 물결 일어도 봄을 껴안고 여름을 달래며 가을을 보내고 언 가슴이 되었다 한겨울 길고 긴 기도 끝나고 얼음장 밑으로 물빛소리 들리면 찢어진 가슴 어루만지며 여전히 넉넉한 품 다시 내어준다 2022.01.18.

여든이 되어도

여든이 되어도 운전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차를 몰로 그동안 가지 못한 곳을 가보고 싶다 좌회전 우회전 헷갈리지 않고 정해진 선 안에 주차할 수 있으면 다행인데 야간 운전은 아무래도 무리겠지 詩도 끊임없이 쓰고 싶다 거동이 불편해져도 마음은 그대로인데 육신이 허물어져도 열정만은 간직해야겠다 컴퓨터 자판만 두드릴 수 있다면 나이 들어 느껴지는 감성도 쓰고 싶다 운동을 더 해야겠다 걸을 때면 무릎이 욱신거리지만 아파도 걸어야 한다니 부지런히 걸어야겠다 우리 강아지들 무지개다리 건널 때까지는 날마다 산책해야 하니까 서투른 요리도 해봐야겠다 점점 간을 맞추는 것도 오락가락 음식 만드는 일이 자신이 없어진다 그나마 입맛 살아있을 때 작접 만들어 먹을 수 있으면 얼마나 다행이랴? 그러나 꼭 해야 할 일 세상 떠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