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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 두어라!

그대로 두어라! 산등성이 울긋불긋 날마다 다른 그림 보여주는데 반갑지 않은 북풍 불어와 가랑잎 눈발처럼 날린다 마당 안에 가득 쌓인 단풍잎 더 높은 비행을 시도했으나 날아간 곳은 그리 멀지 않은 곳 바람 고요한 마당 한편 나무 밑이다 보기엔 쓰레기 같아서 쓸어버려야 할 것 같지만 그대로 두어라! 나뭇잎 한 장의 안식처 아닌가? 어린 잎 힘겹게 피어나서 한 그루 나무 위해 바쳐온 땀방울 돌아갈 때가 되어서야 그들의 헌신으로 산천마다 눈부시다 누군가의 밑거름이 되고 보이지 않는 미물들의 처소가 되어줄 마지막 여정 방해하지 말고 떨어지는 잎 그대로 두어라! 2021.11.11.

국사봉 가는 길 ★

국사봉 가는 길 뽀얀 물안개 내려앉는 보석같은 호수를 보려고 갈잎 수북한 산길을 오른다 오르면 오를 수록 아찔해지는 낭떠러지 산 너머에 숨겨진 꿈같은 오아시스 찾으려고 돌덩이 달린 걸음으로 고개를 넘는다 숨이 차오를수록 무거워지는 보따리 바람이 흔드는 대로 떨어지는 낙엽을 밟으며 밝아오는 능선너머로 아침을 본다 바라고 바라던 소망이 안개 속에서 잡히지 않더라도 늘 푸른 소나무 앞에서 숨을 고른다 2021.11.04. 산을 넘어야 하는 걸음은 숨이 차지만 꿈의 오아시스를 찾기 위해선 멈출 수 없습니다. * 국사봉: '옥정호를' 바라볼 수 있는 산봉우리 * 165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