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詩/화운의 詩 9

그대로 두어라!

花雲(화운) 2021. 11. 11. 09:55

그대로 두어라!

 

 

산등성이 울긋불긋

날마다 다른 그림 보여주는데

반갑지 않은 북풍 불어와

가랑잎 눈발처럼 날린다

 

마당 안에 가득 쌓인 단풍잎

더 높은 비행을 시도했으나

날아간 곳은 그리 멀지 않은 곳

바람 고요한 마당 한편 나무 밑이다

 

보기엔 쓰레기 같아서

쓸어버려야 할 것 같지만

그대로 두어라!

나뭇잎 한 장의 안식처 아닌가?

 

어린 잎 힘겹게 피어나서

한 그루 나무 위해 바쳐온 땀방울

돌아갈 때가 되어서야

그들의 헌신으로 산천마다 눈부시다

 

누군가의 밑거름이 되고

보이지 않는 미물들의 처소가 되어줄

마지막 여정 방해하지 말고

떨어지는 잎 그대로 두어라!

 

 

2021.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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