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로 두어라!
산등성이 울긋불긋
날마다 다른 그림 보여주는데
반갑지 않은 북풍 불어와
가랑잎 눈발처럼 날린다
마당 안에 가득 쌓인 단풍잎
더 높은 비행을 시도했으나
날아간 곳은 그리 멀지 않은 곳
바람 고요한 마당 한편 나무 밑이다
보기엔 쓰레기 같아서
쓸어버려야 할 것 같지만
그대로 두어라!
나뭇잎 한 장의 안식처 아닌가?
어린 잎 힘겹게 피어나서
한 그루 나무 위해 바쳐온 땀방울
돌아갈 때가 되어서야
그들의 헌신으로 산천마다 눈부시다
누군가의 밑거름이 되고
보이지 않는 미물들의 처소가 되어줄
마지막 여정 방해하지 말고
떨어지는 잎 그대로 두어라!
2021.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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