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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자장가 ★

겨울 자장가 뜰아래 스치는 바람이 차다 가랑잎은 어디론가 날려가고 마른 잎들은 순순히 흙 위에 눕는다 이제는 멈추고 놓아야 할 때 조바심 내려놓고 눈을 감아도 좋으니 차가운 벌판 맴돌지 말고 따스한 품으로 찾아가거라 허공을 휘젓는 바람 잠잠해지면 살얼음 깔리는 호수도 고요해지니 방향 없이 헤매지 말고 조용한 곳에 깃들어 편히 쉬거라 구름 한 점 없이 청명한 하늘 떠나가던 철새들도 멈추었으니 온 세상을 덮는 함박눈 아래 포근한 꿈속으로 들어가 보려무나 곤고하고 외로웠던 마음 끌어안고 스스로 위로하며 눈물자국 지울 때 곤히 잠들어 깨지도 말거라 찬란한 봄날이 돌아올 때까지... 2021.11.27 길었던 기다림의 마지막 겨울 충만한 쉼을 통해서 희망의 봄 맞으시기를... * 174회 * 2022.02. 우리..

찬란한 이별 ★

찬란한 이별 앙상하게 남은 나뭇가지를 보며 물어봅니다 세월이 어찌 그리 재빠르냐고 인생이 어찌 이리 허무하냐고 바람에 쓰러지는 빛바랜 억새꽃이 말합니다 푸르른 시절이 없었더라면 찬란한 계절은 오지 않았을 것이고 서러운 시련이 없었더라면 진정한 기쁨도 얻지 못했을 거라고... 의연히 떠날 수 있는 것이야말로 최고로 멋진 삶이려니 그렇게 세상은 존재하고 지속되고 있다고... 누구의 강요도 아니고 누구의 횡포도 아니었으니 그것이야말로 누릴 수 있는 자의 특권이기에 묻지 않아서 모르는 게 아니고 듣지 못해서 모르는 게 아니었습니다 2021.11.25. 우리가 누구의 강요도 없이 모였듯이 나아가는 길은 찬란할 것을 믿습니다. * 2022.02 우리시 게재 * 171회

은행잎 연가 ★

은행잎 연가 어릴 때는 조그만 연둣빛 손바닥이었다 그 작은 손 활짝 펼쳐서 간지러운 햇살도 잡아보고 부드러운 바람도 어루만지며 이 세상 고마운 길동무들에게 손이 닳도록 인사를 보냈었다 오는 사람 가는 사람 숱한 인연 만나고 떠나보내며 노랗게 물들어갔던 정 금빛날개로 날아갈 때가 되었나 보다 화려하진 않았어도 한결같은 일념으로 설레어 온 길 떠날 때가 되어서야 눈부시게 휘날리고 있지만 지키고 싶은 것까지 미련 없이 내려놓아야 하는 이별의 길목에서 꼭 전하고 싶은 말 아픈 만큼 사랑했다 2021.11.15. * 별님을 향한 詩 164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