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詩/화운의 詩 7

구멍 난 십자가

花雲(화운) 2018. 9. 9. 11:56

구멍 난 십자가

 

 

어느 작은 도시 변두리

낡고 좁은 지붕 위에

구멍 난 십자가가 세워져 있다

어두운 밤이 오면

건물 꼭대기마다 빨간 불을 밝히고

길 잃은 탕자가 돌아오기를

목마르게 기다리고 있건만

구멍 난 십자가는 검은 허공만 보여줄 뿐

아무런 손짓도 하지 않는다

자자손손 복을 받고

죽어도 천국가리라 믿는 사람들

주말이면 크고 높은

십자가 아래로 몰려가지만

낡은 지붕 위 십자가는

애통히 올려다보는 자에게만

푸르고 좁은 하늘을 보여줄 뿐이다

 

 

2018.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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