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줄타기
따가운 여름 아침
꽃나무에 물을 주다가
사냥감을 기다리는 거미를 보았다
아마도 거미줄의 진동이
그에게 신호를 보냈는지
누구라도 걸려들기를 벼르고 있었던듯
사방팔방으로 쳐놓은 그물을
혼신을 다해 흔들고 있다
고이고이 엮어 놓은 구름다리에는
햇살에 비친 물방울들이
구슬처럼 빛나고 있었지만
그의 낚싯줄은 텅 비어 있다
세찬 물줄기가 한 구석을 무너뜨리자
높은 나무 가지 끝으로
아슬아슬 매달려 가는 사냥꾼
오로지 다시 살아갈 방법은
위태롭고도 험난한 외줄타기 뿐이라서
쏟아져 내리는 물살을 헤치며
흔들리는 다리를 건넌다
2018.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