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배움터/漢詩 2

차라면 백근도 마다하지 않을 것을- 정약용

花雲(화운) 2018. 8. 13. 18:47


혜장이 날 위해 차를 만들었는데, 때마침 그의 문도 색성(賾性)

이 나에게 무얼 주었다 하여 보내 주지 않고 말았으므로 그를

원망하는 말을 하여 주도록 끝까지 요구하였다

- 정약용

藏旣爲余製茶(장기위여제다), 適其徒賾性有贈(적기도생성유증), 遂止不予(수지불여),

聊致怨詞以徼卒惠(료치원사이요졸혜). 『다산시문집』권5




與可昔饞竹 (여가석참죽)   옛날 여가는 대를 몹시 탐하더니

籜翁今饕茗 (탁옹금도명)   지금 탁옹은 차를 그리 즐긴다네.

況爾棲茶山 (황이서다산)   더구나 그대 사는 곳 다산이기에

漫山紫筍挺 (만산자순정)   그 산에 널린 것 자색 순이 아닌가?

弟子意雖厚 (제자의수후)   제자 마음은 비록 후하지만

先生禮頗冷 (선생예파랭)   선생이 왜 그리 냉대란 말인가?

百觔且不辭 (백근차불사)   백 근이라도 마다하지 않을 텐데

兩苞施宜竝 (양포시의병)   두 꾸러미 다 주면 뭐가 어때서?

如酒只一壺 (여주지일호)   술이라도 한 병 가지고서야

豈得長不醒 (기득장불성)   오래 깨지 않고 취하갔는가?

已空彦沖瓷 (이공언충자)   유언충의 차 그릇이 이미 비어 있는데

辜負彌明鼎 (고부미명정)   미명의 돌솥을 그냥 놀리란 말인가?

四隣多霍㿃 (사린다곽체)   이웃 사방에 병든 자가 많은데

有乞將何拯 (유걸장하증)   찾아오면 무엇으로 구제할 것인가?

唯應碧澗月 (유응벽간월)   믿노라, 푸른 시내 위 달이

竟吐雲中瀅 (경토운중형)   구름 헤치고 맑은 얼굴 내밀 것을.


작품해설

차 두 꾸러미를 기어이 받아내고야 말겠다는 다산의 고집 앞에 이 시를 읽으며 혜장의

입가에는 미소가 절로 퍼졌으리라. 그리고  이 시를 받자마자 혜장은 그 밤에 차 몇

꾸러미 챙겨 들고 초당을 찾아와, 두 사람은 다산의 다조에 차를 끓여 마시며 한밤을

보냈으리라. 다산의 시에는 혜장이 자주 등장하는데, 그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다음의 시이다.


혜장이 기약도 없이 왔었다- 정약용

山行雜謳 二十首(산행잡구 20수). 『다산시문집』권5


打葉三更雨 (타엽삼경우)   산경의 비가 나뭇잎 때리더니

穿林一炬來 (천림일거래)   숲을 뚫고 횃불이 하나 왔네.

惠公眞有分 (혜공진유분)   혜공과는 진짜 연분이 있나 봐

巖戶夜深開 (암호야심개)   바위 문을 밤 깊도록 열어 뒀다네.


한밤중 빗발이 나뭇잎을 치는데 느닷없이 숲길로 횃불 하나 보이더니 혜장이 산방으로

찾아왔다. 이심전심 다산 또한 그 밤, 문을 닫지 않고 그를 기다렸다는 것이다.


한시 러브레터. 강혜선

(주)도서출판 북멘토.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