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배움터/漢詩 2

스님이 보내온 산나물- 이식

花雲(화운) 2018. 8. 12. 20:02


산인 영숙이 산나물을 보낸 데 대해 차운하여 사례한 시- 이식

次韻謝山人靈淑送山菜詩(차운사산인영숙송산채시). 『택당선생집』권6



年來肉食厭衷腸 (년래육식염충장)    몇 년동안 질리도록 육식으로 배 채우다

歸對盤蔬味甚長 (귀대반소미심장)   고향 집 나물 밥상 입맛이 감치는데 

禪客爲余分采掇 (선객위여분채철)   선객께서 나물 뜯어 특별히 나눠 주셨으니

野廚從此倍淸凉 (야주종차배청량)   시골 부엌 곱절이나 맑고 서늘해지겠구려.

傾筐尙帶煙霞氣 (경광상대연하기)   아직도 안개와 노을 가운 감도는 대바구니

入口先警雨露香 (입구선경우로향)   입에 넣자마자 놀래키는 이슬 향기

却勝園官輸老杜 (각승원관수로두)   원관이 늙은 두보에게 준 것보다 훨씬 나으니

澤風何讓浣花堂 (택풍하양완화당)   어찌 택풍당을 두보의 완화당에 양보하랴?


작품해설

택당(澤堂) 이식은 1618년 폐모론이 일어나자 광해군의 조정에서 은퇴하여 경기도 지평

(지금의 양평군 양동면)으로 낙향하였다. 그 후 남한강 변에 택풍당을 짓고 오직 학문에만

전념하였는데, 그의 호는 여기에서 연유하였다. 어느 날 영숙 스님이 산나물을 뜯어 대광

주리에 가득 담아 보내왔는데, 이에 사례하는 마음을 담아 시를 적어 보냈다.


몇 년 동안 질리도록 육식으로 배를 채웠다는 말은 오랫동안 벼슬살이를 했다는 말이다.

이제 벼슬에서 물러나 고향집으로 돌아와 보니, 나물 반찬으로 가득한 밥상이 도리어

좋다. 스님이 뜯어 보낸 산나물에는 안개와 노을 기운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입에 넣는

순간 비와 이슬의 향인 듯 입안이 상쾌해진자. 그러니 저 성도의 완화계 옆에 있떤 두보의

초당이 부럽지 않다.


한시 러브레터. 강혜선

(주)도서출판 북멘토.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