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이 신발을 보내 주어서- 윤결
山人奇鞋(산인기혜). 『국조시산』권3
故人遙寄一雙來 (고인요기일쌍래) 옛 친구 멀리서 신발 한 켤레 보낸 것은
知我庭中有綠苔 (지아정중유록태) 내 뜰에 푸른 이끼 덮였음을 알아서겠지.
仍憶去年秋寺募 (잉억거년추사모) 그리워라, 작년 저문 가을날 절간에서
滿山紅葉踏穿回 (만산홍엽답천회) 산 가득 붉은 낙엽 밟고 다녔지.
작품해설
몹시 술을 좋아했던 문인으로 호가 취부(醉夫), 성부(醒夫)였던 윤결(尹潔. 1517~1548)
이라는 이가 있었다. 그는 과거에 급제한 휴 사가독서(賜暇讀書)를 한 인재였으나.
서른의 나이에 술자라에서 한 말이 빌미가 되어 죽음을 맞았다.
홍문관수찬의 벼슬에 있던 그는 시정기(時政記) 필화사건으로 참형된 안명세(安明世)의
정당함을 술자리에서 발설한 것이 빌미가 되어 밀고를 당해 국문을 받고 옥사하였다.
문정왕후의 수렴청정과 윤원형의 세력확장을 비판했다는 것이 그 죄상이었다.
술 좋아하는 호탕한 선비였던 윤결이 남긴 시로 가을에 읽으면 그만인 작품이 허균이
편찬한 시선집 『국조시산』에 선발되어 전한다.
오랜 친구인 스님이온산에 단풍이 가득한 깊은 가을날 아무 말없이 신발 한 켤레를 보내
왔다. 신을 받아 든 윤결은 금방 그 뜻을 알아차렸다. 오랫동안 두문불출하고 있는 자신을
산사로 초대하는 것임을. "그리워라. 작년 저문 가을날 절간에서 산 가득 붉은 낙엽 밟고
다녔지"라며 추억을 회상하는 것은 바로 윤결이 산사로 찾아가겠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신을 보낸 뜻과 답장으로 이만큼 멋진 화답이 또 있을까?
한시 러브레터. 강혜선
(주)도서출판 북멘토.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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