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배움터/漢詩 1

송강의 맑은 물로 마음을 씻어- 이이, 성혼

花雲(화운) 2018. 8. 8. 12:19


눈 속에 소를 타고 호원을 방문한 다음 작별하면서- 율곡

雪中騎牛訪浩原敍別(설중기우방호원서별). 『율곡집』권2



歲云暮矣雪滿山 (세운모의선만산)   올해도 다 저물고 흰 눈이 산에 가득한데

野逕細分喬林間 (야경세분교림간)   들길은 고목 사이로 가늘게 나위어 있네.

騎牛聳肩向何之 (기우용견향하지)   소를 타고 어깨 움츠리고 어느 곳으로 가는가?

我懷美人牛溪灣 (아회미인우계만)   나는 우계 가의 친구를 그리워한다오.

柴鼻晩叩揖淸癯 (시비만고읍청구)   저물녘 사립문을 두드려 맑은 그대에게 인사하니

小室擁褐依浦團 (소실옹갈의포단)   작은 방에 누더기 걸치고 짚방석을 깔고 있네.

蓼蓼永夜坐無寐 (료료영야좌무매)   고요한 긴 밤을 잠 못 이루고 앉아 있으니

半壁淸熒燈影殘 (반벽청형등영잔)   멱에 붉은 등불 그림자 가물거리네.

因悲半生別離足 (인비반생별리족)   인하여 반평생에 이별이 많음 슬퍼하도

更念千山行路難 (갱념천산행로난)   다시 천산의 험한 길을 생각하게 되네.

談餘展轉曉雞鳴 (담여전전효계명)   담소한 뒤에 뒤척이다가 새벽닭이 울어

擧目滿窓霜月寒 (거목만창상월한)   눈 들어 바라보니 창문에는 차가운 달빛만 가득.


작품해설

편지로 철학을 논하던 시절, 가은 고을에 사는 율곡 이이화 사귀면서 평생지기가 된

성혼(成渾.1535~1598)은 율곡과 장문의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사단칠장(四端七情)의

이기론(理氣論)을 논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 시는 율곡이 대사간에 봉해져 임금이

부르는 명에 달려가려 할 적에 눈 내리는 우계(파주에 위치)에 소를 타고 방문한 뒤

지은 것이다.

율곡의 작별시에 성혼의 맑고 담담한 모습이 또렷하게 그려져 있다. 사립문 안쪽 작은

방 짚방석 위에 앉아 있는 그의 모습에서 거듭 관직에 임명되어도 우계를 떠나지 않고

학문에 힘쓴 성혼의 삶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송강 정철의 시운에 차운하다- 성혼

次鄭松江澈韻(차정송강철운)


彼美松江水 (피미송강수)   저 아름다운 송강의 물

秋來徹底淸 (추래청저청)   가을 되니 바닥까지 맑으리라.

湯盤供日沐 (탕반공일목)   탕반에 공급하여 날마다 목욕하니

方寸有餘醒 (방촌유여성)   마음속 씻어 깨끗하겠지.


* 湯盤: 상나라 탕왕이 목욕하던 그릇으로 탕왕이 그릇에 명문을 시기기를 "어느 날

목욕을 하여 새롭게 하였으면 나날이 새롭게 하고 또 날로 새롭게 하여야 한다"하여,

사람이 목욕하여 몸을 깨끗이 하는 것으로써 마음을 맑혀 악을 제거함을 비유하였다.


어느 날 벗 정철(鄭澈. 1536~1593)이 우계로 성혼을 찾아와 이틀을 머물다 돌아갔다.

송강의 맑은 물로 매일같이 심성을 닦아 '日新又日新'의 생활을 할 것을 벗에게 권했다.

아마도 정철이 성혼의 심성 수양과 학문의 정진을 함께 나눌 것을 시로 청하였던가

본데 그에 대해 성혼은 이곳 우계의 물이든 그곳 송강의 물이든 제각기 정진할 뿐임을

지적하고 있다.

정철의 기사년(1569년) 34세 연보에 이 시와 성혼의 편지가 기록되어 있다. 위 시가

정철의 시에 성혼이 화답한 시임을 알 수 있으나 정철이 먼저 보낸 시는 없어지고

말았다.



한시 러브레터. 강혜선

(주)도서출판 북멘토.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