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팡이를 부치다- 이산해
寄竹筇(기죽공).『아계유고(鵝溪有稿』권4
華堂鳩飾足騰龍 (화당구식족등룡) 그대 집엔 구장 같은 좋은 지팡이 많겠지만
更寄江南尺玉筇 (갱기강남척옥공) 다시금 강남의 옥 같은 대를 보낸다오.
不必老仙須杖策 (불필로선수장책) 늙은 신선 지팡이가 필요치 않겠지만
庭除携處倘思儂 (정제휴처당사농) 뜰에서 끌고 다닐 제 나를 생각해주오.
霜磨雪削玉琅玕 (상마설삭옥랑간) 서리에 갈리고 눈에 깍인 옥 같은 대
斫取山園舊植竿 (작취산원구식간) 동산에 심겨진 그 줄기를 베어다가
千里贈公珍重意 (천리증공진중의) 천리 밖공에게 진충히 부치오니
歲寒長在手中看 (세한장재수중간) 세한에 늘 수중에 두고 보시길 바라오.
작품해설
이 두 편의 시에는 이산해의 은근한 뜻과 충고가 담겨 있다. "대지팡이를 선물하는 뜻은
멀리 강남에 떨어져 있는 자신을 생각해 달라"는 뜻이다. 이 두 편의 시가 ).『아계유고』
권4 『걸귀록(乞歸錄』에 수록되어 있는 걸 보면, 경상도 평해에서 유배살이를 하던
이산해가 1595년 사면된 후 영돈녕부사와 양관 대제학을 겸하다가 휴가를 청하여 고향인
보령으로 돌아왔을 때 쓴 것으로 보인다.
또 지팡이 중에서 굳이 대지팡이를 보낸 이유는 '부디 대나무의 세산의 지조를 잊지 말라'
는 뜻이다.
이 시절은 당쟁이 본격화되던 때다. 과연 대북파의 영수로 활약한 이산해로부터 이 푸른
대지팡이를 선물받은 이는 누굴까?
한편, 조선 휴기 남인의 영수였던 미수(眉叟) 허목(許穆. 1595~1682)이 읊은 「녹중장
(綠竹杖」이라는 시에도 대지팡이가 등장한다.
녹중장(綠竹杖)-허목
『記言』별집 권1
亭亭久抱霜雪苦 (정정구포상설고) 우뚝 솟은 자세 눈서리에 자랐기에
淸冷當暑手生寒 (청냉당서수생한) 맑고도 싸늘한 기운 더위에도 손이 차다.
勁節固有知者知 (경절고유지자지) 굳센 절개는 아는 이라야 아는 법
徒令志士抱長歎 (도령지사포장탄) 뜻있는 선비 긴 한숨 품게 한다.
* 綠竹杖: 까만 烏竹으로 만든 지팡이를 말한다.
순부가 오죽장을 보내준 데 사례하다- 이행
謝淳夫(사순부), 乞烏竹杖(걸오죽장). 『용재집』권3
石交憐我力難持 (석교련아력난지) 내가 근력이 부치는 줄 벗님이 알고서
遠寄斑斑霜雪枝 (원기반반상설지) 눈과 서리를 견딘 대지팡이를 멀리서 보내왔네.
苦節平生元自直 (고절평생원자직) 평생의 굳은 절개 원래 곧은 것을
畏途終始莫相疑 (외도종시막상의) 시종 위태로운 인생길 의심하지 말자.
年侵要學壺公秘 (년침요학호공비) 나이 늙으매 호공의 신선술을 배워야겠고
才盡慙非杜老奇 (재진참비두노기) 재주가 바닥나니 두보위 탁월한 시재에 부끄러워라.
欲把吾詩傳兩友 (욕파오시전양우) 내 시를 두 벗에게도 전하고자 하니
此身林下得追隨 (차신림하득추수) 이 몸은 숲에서 오죽장과 함께 어울릴 수 있다네.
이행이 벗 정희량으로부터 오죽장을 선물 받고 사례한 시이다. 근래 들어 근력이 부치는
줄 알았는지 벗이 오죽장을 선물했다. 눈과 서리를 견딘 대지팡이를 짚으니 위태로운
인생길도 꼿꼿이 갈 수 있을 듯하다. 이런 심경을 오죽장을 선물해준 벗에게 전하고,
또 오죽장을 함께 선물받은 두 벗 박은, 남곤과도 나누고자 하였다.
한시 러브레터. 강혜선
(주)도서출판 북멘토.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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