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배움터/漢詩 1

흰 떡과 묵은 김치- 서거정

花雲(화운) 2018. 8. 8. 11:50


묵은 김치를 강진산에게 보내면서- 서거정

以黃韲餉姜晉山(이황제향강진산) 戱呈二十八字(희정이십팔자). 『사가집』권40



吾家一兩甕鹽韲 (오가일량옹염제)   우리 집엔 한두 항아리 묵은 김치가 있어

相勸朝昏有老妻 (상권조혼유노처)   늙은 아내가 조석으로 나에게 권한다네.

肉食如君將底用 (육식여군장저용)   육식 먹는 그대야말로 이걸 어디에 쓰랴만

白餻黃菜故應迷 (맥고황채고응미)   흰 떡과 묵은 김치는 본디 미혹되는 법일세.


작품해설

묵은 김치를 선물한 이는 서거정이고, 받은 이는 진산 강희맹이다. 서거정이 강진산이라

부른 것을 보니, 강희맹이 1468년(예종 즉위년) 남이의 옥사를 다스린 공으로 익대공신

3등헤 책봉되어 진산군에 봉해진 뒤 탄탄대로 관직 생활을 할 때인 듯하다.

수수께끼 같은 시이지만, 이 시에 달린 재미있는 自註를 보면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있다.


「옛날에 한 늙은이가 계집종을 훔쳐 잠 자기를 좋아하여 어느 날 밤에 남몰래 계집종의

침소로 들어갔는데 계집종이 간하여 말하기를, "마님께서는 부드러운 살결이 마치 흰 떡

같은데, 어찌하여 이 추악한 계집종을 훔치려 하십니까?" 하므로 늙은이가 말하기를 "흰

떡에 묵은 김치를 곁들이면 더욱 좋으니라" 했다는 얘기가 있어 세속에서 이로 인하여

계집종을 묵은 김치라 호칭한다.」


그렇다면 강희맹이 근자에 비첩에게 푹 빠져 지내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여색을 경계

하라는 벗의 마음을 묵은 김치 속에 숙성시킨 시라 하겠다.


 

한시 러브레터. 강혜선

(주)도서출판 북멘토.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