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근역에서 - 이경동
沙斤驛
倦客支頥臥 (권객지이와) 피곤한 나그네는 턱을 괴고 누워서
探詩日向中 (탐시일향중) 날이 다 새도록 시를 짓고 있다.
一聲聞翡翠 (일성문비취) 비취새의 울음 소리 한 번 들리니
啼在驛窓東 (제재역창동) 역창의 동쪽에서 울고 있구나.
* 支頥: 턱을 고이다
* 翡翠: 물총새의 한자 이름
李瓊仝 ((?)
- 조선 전기의 문인. 호는 추탄(秋灘). 본관은 전주이다.
- 세조 때 과거에 급제하여 호당에 선발되었고 벼슬이 대사헌에 이르렀다.
작품해설
- 사근역은 경상남도 거창에 있던 역 이름인데 역은 조선 시대에 나라에서 운영하던
여관이다. 암행어사가 마패를 보여주고 마패에 새겨진 숫자만큼 말을 빌리던 곳도
이곳이다.
- 옛날에는 길도 나쁘고 잠잘 곳도 마땅치 않았다. 한 번 먼 길을 떠나면 고생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나그네는 보통 새벽 네시 닭이 울면 바로 길을 떠난다. 그러려면
보통 새벽 세시에는 일어나 세수를 하고 아침빕을 먹었다.
- 가을이나 겨울 새벽에 길을 떠나는 것은 추위 때문에 너무도 괴로웠다. 가을이나
겨울에는 해가 짧아서 조금이라도 일찍 출발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 위 시에 보이는 나그네는 전날 먼 길을 힘들게 왔던 모댱이다. 해가 휜히 떴는데도
이불 속에 누워 있다. 턱을 괴로 있다는 것은 잠이 깨어 무언가 생각에 잠겨 있다는
말이다. 그는 아침부터 무슨 생각에 잠겨 있는 것일까?
- 그는 시를 짓고 있었다. 새벽 이불 속에서 갑자기 시상이 떠올랐는데 이 시가 될 듯
말 듯 마무리되지 않았던 것이다. 해가 중천에 또오르는 것도 잊은 채 온통 시에
정신이 뺏겨 있다.
- 마로 그때 창밖에서 우는 비취새의 울음소리를 들었다. 순간 그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동쪽 창이 벌써 환히 밝았던 것이다. 신통하게도 시인의 시도 순식간에
이루어졌을 것이다.
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 이야기 . 정민.
(주)보림출판사.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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