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배움터/漢詩 1

또한 통쾌하지 아니한가 - 정약용

花雲(화운) 2018. 7. 22. 17:15


또한 통쾌하지 아니한가 - 정약용

不亦快哉行(불역쾌재행)



雲牋闊展取吟遲 (눈전활전튀음지)   흰 종이 펴고 술 취해 시를 못 짓더니

草樹陰濃雨適時 (초수음농우적시)   풀 나무 잔뜩 흐려 빗방울이 후두둑

起把如椽盈握筆 (기파여연영악필)   서까래 같은 붓을 꽉 잡고 일어나서

沛然揮灑墨淋漓 (패연휘쇄묵림리)   멋대로 휘두르니 먹물이 뚝뚝

不亦快哉          (물역쾌재)            또한 통뫠하지 아니한가.


* 椽: 서까래. 집의 천장을 받치는 재목.

* 淋漓: 물이 흥건하게 넘치는 모양


丁若鏞 (1762~1836)


작품해설

- 정약용의 〈또한 통쾌하지 아니한가〉20수 중의 한 수이다.

- 시를 지으려고 종이를 펼텨 놓고 붓에 먹을 찍었으니 술에 취해서인지 좀처럼

   떠오르지 않는다. 붓을 들고 한 글자도 쓰지 못한 채 붓방아만 찧고 있다.

- 창밖은 소라기라도 한바탕 오려는지 잔뜩 흐려 있어 답답한 내 마음과 꼭 같다.

    한순간 천둥 번개가 치고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이 소나기가 퍼붓는다.

- 그 순간 답답하게 꽉 막혔던 생각도 걷잡을 수 없이 터져 나와 큰 붓을 움켜쥐고 자

   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쓸 겨를도 없어 마구 붓을 휘두르니

   여기저기 먹물이 뚝뚝 떨어지며 답답하던 마음이 시원스레 뚫린다.

- 시에서 이렇게 바깥 사물이 내게로 와서 나와 하나가 되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는 일

   이다. 이것은 시 곳에서만 가능한 마술이다. 반대로 시인의 행동이 사물에게로 옮아

   가는 경우도 있다.



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 이야기 . 정민.

(주)보림출판사.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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